송광용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한겨레 자료 사진
정수장학회 이사 출신의 송광용 청와대 교육문화 수석비서관이 20일 취임 3개월 만에 돌연 사직서를 제출해, 그 배경과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송 수석은 세월호 참사 이후 단행된 청와대 참모진 인적 쇄신에 따라 지난 6월23일 임명됐으나, 불과 3개월 만에 물러나게 됐다.
송 수석은 인천 아시안게임 주무 수석으로 지금껏 의욕적으로 대회를 준비해왔으나, 대회 첫날 돌연 사퇴해 그 이유와 배경을 둘러싸고 석연찮은 뒷맛을 남겼다. 청와대도 송 수석이 사표를 내고 박 대통령이 이를 곧바로 수리한 이유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점도 의혹을 키우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무총리 후보자가 연이어 낙마하는 등 인사 참사가 이어진 지 세 달 만에 청와대의 부실 인선 문제가 또 도마에 오른 셈이다.
박 대통령의 캐나다 국빈 방문을 수행하고 있는 대다수의 참모진들은 송 수석의 낙마 소식을 접하고도 뚜렷한 이유를 알지 못해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캐나다 오타와에 머물고 있는 청와대 관계자는 21일(현지 시각) “(서울교대 교수인) 송 수석이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는 게 (대외적) 설명인데, 자세한 (사퇴) 이유는 모르고 ‘개인적인 문제’라고만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송 수석은 불과 며칠 전만 해도 기자들과 만나 아시안게임 준비 상황과 교육 관련 현안을 설명하는 등 업무에 열의를 보였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당사자인 송 수석은 외부와 연락을 끊고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 안팎에서는 송 수석이 산하 기관장 인사 문제에 실수가 있었다거나, 청와대 수석 임명 전에 있었던 개인적인 문제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 아니냐는 등 확인되지 않은 추측들만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안게임이 개막 직후인데다 박 대통령이 캐나다·뉴욕 순방을 위해 출국하는 당일 다급하게 사표 수리와 처리가 이뤄진 것으로 보면, 공직자로서 심각한 결격 사유가 드러났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서울교대 총장과 정수장학회 이사 등을 지낸 송 수석은 지난 6월 말 임명 당시에도 제자가 쓴 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하며 자신을 제1 저자로 등재해 연구성과를 가로챘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논문을 둘러싼 여러 논란으로 진통을 겪은 바 있다.
인선 과정은 물론이고 사퇴 이유마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박 대통령의 ‘깜깜이 인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통일부 장관 후보로도 하마평이 오르내렸던 최대석 당시 인수위원이 돌연 사퇴했지만 아직까지도 그 이유가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아 이른바 ‘최대석 미스터리’로 불렸다. 지난 2월엔 청와대가 천해성 당시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을 국가안보전략비서관에 내정했다가,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인선을 철회해 천 실장이 다시 통일부로 돌아가기도 했다. 정부 출범 직후 홍보수석실 비서관에 내정됐던 이가 출근까지 했다가 없었던 일로 되돌린 일도 있었다.
현 정부의 주요 공직자 인선과 관련해 ‘발탁 이유나 배경을 도무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은 상황에서, 이젠 공직자가 물러나는 이유마저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주요 정책을 다루는 고위공직자의 임명과 사퇴에 대해서는 정부가 국민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번에도 ‘불통’과 ‘일방’이라는 여론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오타와/석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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