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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대선 땐 “전작권 차질 없는 환수”…정부 출범 직후 재연기 밀실 추진

등록 2014-10-24 19:58수정 2014-10-24 23:52

박 대통령 ‘전작권 태도’ 변화 보니

청와대 “공약 파기 아니다”
논리 설득력 가질지 의문
청와대가 24일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시기를 연기하는 한-미 양국의 합의에 대해 “공약파기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외교안보 분야 핵심 공약으로 ‘전작권의 차질없는 환수’를 밝힌 바 있는데도, 청와대가 이번 연기 합의에 대해 ‘안보상황 변화’에 따라 미룬 것이지 ‘전작권 환수 방침은 달라진 게 없다’고 대응하고 나선 것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해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이 있었고, 곧이어 3~4월에도 북한의 의도적 안보위기 조성이 있어서 안보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했다”며 상황 변화를 각별히 강조했다. 민 대변인의 말을 따서 설명하자면 “국가 안위라는 현실적 관점” 때문에 “공약의 철저한 이행”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전작권 환수 추진 입장에 변함이 없기” 때문에 공약 파기로 볼 수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국가의 주권’과 관련된 이번 합의가 적절한 공론화 과정도 없이 밀실에서 추진됐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이런 논리가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박 대통령이 ‘2015년 전작권의 차질없는 환수’를 약속했던 대선 때와 비교해 지금의 안보상황이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됐다고 볼 근거도 부족하다. 오히려 정부 출범 이후 남북 갈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을 외면하는 태도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더욱이 청와대는 이날 오전 전작권 환수 재연기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정리된 입장을 말씀드릴 게 없다”(민경욱 대변인)고 밝혔다가, 오후에 다시 브리핑을 열어 “공약 파기가 아니다”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해, 국민들에게 제대로 설명하기 보다는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뜻만 항변하는 태도를 보였다.

지난해 정부 출범 이후 박 대통령과 안보당국이 보여준 행보를 보면, 박 대통령이 애초부터 공약을 지킬 의지가 없었던 게 아니냐는 평가마저 나온다. 정부가 전작권 환수 연기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은 지난해 7월 미국 국방부 고위당국자가 “한국 정부가 최근(3월) 전작권 전환 재연기를 제안했다”고 밝히면서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 출범 한 달도 안 돼 외교안보 분야 핵심 공약 과제를 뒤집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셈이었다. 이런 사실이 공개된 당시에도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아직 미국과 논의중이므로 이것을 전작권 전환 재연기를 위한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며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전작권 환수에 대한 박 대통령의 태도 변화는 지난해 5월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일부 징후가 감지됐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전작권 환수에 대해 “2015년 전환을 위한 작업을 예정대로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박 대통령은 “전작권 전환은 한-미 연합 방위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준비·이행되는 것으로 의견을 같이했다”며 전환 시점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그리고 그 며칠 뒤인 5월28일 확정된 국정과제 추진 계획에는 ‘전작권 전환 정상 추진’이라는 문구가 빠지고, ‘전작권 전환 체계적 추진’이란 표현으로 대체됐다. 이미 지난해 상반기부터 정부 방침을 ‘전작권 환수 재연기’로 정하고 1년 넘게 미 정부와 물밑에서 협상을 벌였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국회나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조차 하지 않았다.

여기에는 박 대통령의 생각과 함께 정부 초기 외교안보 관련 참모들의 강력한 환수반대 의견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인 2007년 자유시민연대 창립 6주년 초청 특강 때 “전작권 환수를 요구하는 것은 정말 바보짓”이라며 거칠게 말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외교안보 분야를 주도했던 남재준 당시 국가정보원장 역시 ‘전작권 환수 반대 운동’을 이끌던 인물이었다. 노무현 정부에선 전작권 환수 찬성론자였던 당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나 김관진 국방부 장관도 박근혜 정부에선 ‘재연기 불가피론’으로 돌아섰다. 공교롭게도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과 김관진 현 국가안보실장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당시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으로서 한미연합사령부 해체와 전작권 이행 계획을 미국 쪽과 합의한 당사자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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