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찬 신임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가 18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4가 대한상공회의소 안 한국공정거래조정원 강당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기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개정된 정부조직법을 반영해 18일 단행한 인사의 면면을 뜯어보면, 적절성과 지역안배 등 논란이 될 만한 부분들이 적지 않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국가의 재난·안전 분야를 책임질 국민안전처 장관과 공직 혁신과 인사를 총괄할 인사혁신처장이었다. 그런데 국민안전처 장관과 차관은 모두 군 장성 출신으로 채워졌고, 공직 인사를 진두지휘할 인사는 민간기업 출신으로 대선 캠프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낸 이를 인선해 적절한 인사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박 대통령은 또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티케이(TK·대구경북) 출신을 지명해, 최종 임명될 경우 정부 5대 사정기관의 수장을 모두 영남 출신이 독식하게 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신임 장명진 방위사업청장 내정자가 박 대통령과 서강대 전자공학과 동기동창생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 5대 사정기관장 모두 영남
박 대통령은 이날 장관급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정재찬(58) 전 공정위 부위원장을 내정했다. 경제 분야의 검찰로 통하는 공정위는 우리 사회에서 기업들의 비중이 점차 커져감에 따라 정부 내 사정기관 중에서도 핵심 기관으로 꼽힌다. 관가에서는 전임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의 갑작스런 사퇴 배경으로 방위사업청장을 지낸 그가 최근 진행중인 방위산업 비리와 관련해 사표를 냈을 거라는 추측이 제기되는 등 뒷말이 무성하다.
이런 가운데 경북 문경 출신으로 경북고를 졸업한 정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면, 황찬현 감사원장(마산·마산고), 임환수 국세청장(경북 의성·대구고), 김진태 검찰총장(경남 사천·검정고시), 강신명 경찰청장(경남 합천·대구 청구고) 등에 이어 5대 사정기관의 수장을 모두 영남 출신이 맡게 돼, 지역편중 인사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 삼성 출신 인사전문가에 공직 인사 ‘칼자루’
이날 인사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이는 삼성전자 인사팀장 출신의 이근면 인사혁신처장 내정자였다. 정부 고위 공직자들의 인사 파일을 관리하고 향후 공직 인사 개선안을 마련할 ‘칼자루’를 민간 출신이 쥐었다는 점 자체만으로도 공직사회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 내정자는 삼성에스디에스(SDS) 인사지원실장과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연구소장,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인사팀장, 한국인사조직학회 고문 등을 지낸 민간기업 인사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2010년에는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마퀴스 후즈 후’(Marquis Who’s Who)에 인사 전문가로 등재됐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민간기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각에서 공직인사 혁신을 이끌 적임으로 기대돼 발탁했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공직사회 개혁은 ‘인사가 만사’여서 공무원 스스로에게 개혁 작업을 맡기기보다는 민간의 창의력을 수혈하는 쪽으로 (박 대통령이) 방향을 잡은 것 같다”며 “관피아 척결 및 공직사회 내부 칸막이를 없애는 일도 내부보다는 외부 인사가 적절하다고 판단한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내정자와 인수위 시절 함께 일했던 한 정치권 인사는 “삼성에서 밑에서부터 잔뼈가 굵은 인사 전문가여서 현장 경험도 많고 아이디어도 풍부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 내정자가 지난 대선 때 캠프에서 일하고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 전문위원을 지낸 측근 인사라는 점에서, 얼마나 소신을 갖고 공직 개혁을 추진할지는 의문이다.
이날 신임 방사청장에 내정된 장명진 국방과학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박 대통령과 서강대 전자공학과에 1970년에 함께 입학한 점 때문에 관심을 모았다. 박 대통령과 그동안 어떤 인연이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이번 정부조직 개편으로 국민안전처 특수재난실이 신설되는 등 모두 3실 8국 16과가 늘어나게 됐다. 이에 따라 고위공무원단 이상 직위는 12개가 늘어나고, 중앙행정기관의 차관급 이상 정무직도 123개에서 124개로 한 자리가 증가했다. 특히 이번에 새로 신설되는 국민안전처에는 차관급 직위가 세 자리나 된다.
석진환 조혜정 음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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