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 지킨 결정” 발언은
보수층 결집·대응 주문 해석
‘정윤회 사건’ 수세 국면 반전 의도
22일 헌재 결정 직접 평가 주목
보수층 결집·대응 주문 해석
‘정윤회 사건’ 수세 국면 반전 의도
22일 헌재 결정 직접 평가 주목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다음날인 20일 “자유민주주의를 확고하게 지켜낸 역사적 결정”이라고 평가했다고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청와대가 전날 민경욱 대변인을 통해 “국무총리의 담화로 갈음하겠다”며 따로 견해를 밝히지 않았던 것에서 한발 나아간 것이다.
박 대통령이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는 등의 객관적 표현이 아닌 ‘자유민주주의’를 확고하게 지켜낸 ‘역사적’ 결정이라고 가치를 부여한 이유는, 이번 헌재 결정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을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의도 때문으로 보인다. 헌재 결정에 반발하는 이들이 주로 ‘민주주의 후퇴’나 ‘전체·권위주의 부활’ 등의 가치와 철학적 차원에서 비판하는 것에 맞춰, 보수층에게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자신들의 가치와 용어로 대응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이번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해 국민의 60% 정도가 ‘올바른 결정’이라고 답하는 등 여론 지형도 불리한 상황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한차례 치열한 이념 논쟁이 벌어지더라도, 여러 갈래로 흩어져 있는 야권 지지층이 모이는 효과보다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층의 결집 효과가 더 클 것으로 파악한 것이다. ‘정윤회씨 국정 개입’ 문건 파문으로 수세에 몰렸던 분위기를 반전하기 위해서라도 청와대로서는 당분간 ‘이념 논쟁’ 국면이 이어지는 것을 바라야 할 형편이다. 청와대 참모가 휴일인 토요일에 박 대통령의 발언을 대신 전하는 일이 좀처럼 없었던 점도 청와대의 이런 전략적 고려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재미동포 신은미씨의 토크콘서트를 겨냥해 “일부 편향된 경험을 북한의 실상인 양 왜곡·과장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도 박 대통령은 “종북 콘서트”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헌법적 가치”와 “국가의 정체성을 지킨다는 대원칙”을 언급했다.
박 대통령이 한번 더 이런 취지의 발언을 한다면 이는 직접 이념 논쟁을 이끌겠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22일 청와대에서 주재할 ‘국민경제자문회의 겸 경제장관회의’에서 이번 헌재 결정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를 내놓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박 대통령이 이념 논쟁은 정치권 밖 보수세력에 맡기고, 자신과 여권은 국회에 계류된 경제 관련 법안 처리 촉구 및 ‘경제 살리기 행보’에 집중하며 차별화 전략을 시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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