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민심과 거꾸로 간 박 대통령
연초 잇단 악재로 싸늘하게 돌아서는 민심에 박근혜 대통령이 ‘이완구 국무총리 카드’를 다급하게 꺼내들었다.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23일 “임기 3년차를 맞아 국정 효율성을 높이고 국민이 체감하는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내각과 청와대 개편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이완구 총리 후보자에 대해서는 “경제혁신과 국가혁신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당정과 국회의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 야당과 원만히 협조하며 국회의 정상적인 운영에 기여하는 등 대국민 봉사와 소통의 적임자”라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국무총리 교체는 갑작스럽게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완구 후보자의 인사를 받고 “언젠가는 발탁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빨리 될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새누리당 의원들도 국무총리 교체를 갑작스런 일로 받아들였다.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 사흘전 국무회의에서 “꼭 필요한 소폭 개각을 통해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생각이 갑자기 바뀐 이유가 뭘까? 23일 공개된 한국갤럽의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는 ‘잘하고 있다’ 30%, ‘잘못하고 있다’ 60%였다. 1주일 전에 비해 긍정은 5%포인트 떨어졌고, 부정은 5%포인트 올라갔다. 취임 이후 가장 나쁜 결과다. 지지도가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이다.
갑작스런 땜질 인사로 지지도 붕괴를 막을 수 있을까? 단기적으로는 그럴 수 있다. 최근 지지도 추락은 신년기자회견, 김무성 대표 수첩 파문, 연말정산 파동 등 세 가지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이날 수습책으로 지지율 반등이 예상된다.
하지만 위기의 근본 원인은 취임 이후 3년차를 맞아서도 전혀 개선되지 않는 민생경제, 갈수록 심해지는 편중인사와 국정난맥이다. 앞으로 6개월 안에 실질적인 업적과 성과를 내놓지 못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가을이나 연말부터 레임덕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경제회생·국정 정상화 위해선
박 대통령 변화가 가장 필요
조금도 권한 위임하지 않는다면
‘3인방’에 계속 소통 의존한다면
싸늘해진 민심 돌이킬 수 없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경제회생과 국정 정상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박근혜 대통령의 변화다. 박근혜 대통령의 무능과 만기친람(萬機親覽)으로 청와대와 정부, 새누리당 등 여권 내부가 의사소통을 포기하고 일손을 놓으면서 그 결과로 박근혜 정부 전체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기회는 있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는 평소 박근혜 대통령과 직접 전화통화를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정치인이다. 국정쇄신 구상도 가지고 있다. 영남편중 인사 해소, 청와대 비서실에 대한 국무총리실 공직기강팀의 감찰 강화, 대통령과 언론사 간부 비공식 회동, 대통령과 야당의 직접 대화 등이 이완구 후보자가 생각하는 국정쇄신의 내용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완구 국무총리에게 책임과 권한을 대폭 위임하면 이완구 후보자의 이런 구상은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른바 ‘실세 총리’의 출현이다. 이렇게 되면 동맥경화 증상을 빚고 있는 국정에 활기가 돌고 성과를 내기 시작할 것이다. ‘실세 총리’의 효능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과 이해찬 국무총리가 보여준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의 변화 여부는 곧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청와대 비서실장 인사와 권한 위임 정도,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의 역할 변경 등 몇 가지 지점을 지켜봐야 예측할 수 있다. 김기춘 비서실장과 비슷한 성향의 인물을 기용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조금치도 위임하지 않는다면, 또 외부와의 의사소통을 지금처럼 3인방에 계속 의존한다면, 국무총리 교체를 포함한 23일의 민심수습안은 말 그대로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 되고 만다. 학자는 어떻게 볼까?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변화하지 않는 것은 단순히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다. 유신 시절 아버지를 도우면서 배운 ‘행정독재적 사고’, 1979년부터 1998년까지 18년간 외부와의 단절,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을 자신이 당선시켰다는 채권자 의식 등 그만의 특수한 경험에 따른 인식의 오류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변화를 기대하지 말라는 얘기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박 대통령 변화가 가장 필요
조금도 권한 위임하지 않는다면
‘3인방’에 계속 소통 의존한다면
싸늘해진 민심 돌이킬 수 없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경제회생과 국정 정상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박근혜 대통령의 변화다. 박근혜 대통령의 무능과 만기친람(萬機親覽)으로 청와대와 정부, 새누리당 등 여권 내부가 의사소통을 포기하고 일손을 놓으면서 그 결과로 박근혜 정부 전체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기회는 있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는 평소 박근혜 대통령과 직접 전화통화를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정치인이다. 국정쇄신 구상도 가지고 있다. 영남편중 인사 해소, 청와대 비서실에 대한 국무총리실 공직기강팀의 감찰 강화, 대통령과 언론사 간부 비공식 회동, 대통령과 야당의 직접 대화 등이 이완구 후보자가 생각하는 국정쇄신의 내용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완구 국무총리에게 책임과 권한을 대폭 위임하면 이완구 후보자의 이런 구상은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른바 ‘실세 총리’의 출현이다. 이렇게 되면 동맥경화 증상을 빚고 있는 국정에 활기가 돌고 성과를 내기 시작할 것이다. ‘실세 총리’의 효능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과 이해찬 국무총리가 보여준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의 변화 여부는 곧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청와대 비서실장 인사와 권한 위임 정도,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의 역할 변경 등 몇 가지 지점을 지켜봐야 예측할 수 있다. 김기춘 비서실장과 비슷한 성향의 인물을 기용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조금치도 위임하지 않는다면, 또 외부와의 의사소통을 지금처럼 3인방에 계속 의존한다면, 국무총리 교체를 포함한 23일의 민심수습안은 말 그대로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 되고 만다. 학자는 어떻게 볼까?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변화하지 않는 것은 단순히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다. 유신 시절 아버지를 도우면서 배운 ‘행정독재적 사고’, 1979년부터 1998년까지 18년간 외부와의 단절,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을 자신이 당선시켰다는 채권자 의식 등 그만의 특수한 경험에 따른 인식의 오류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변화를 기대하지 말라는 얘기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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