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의 세종시 수정안 반대를
정운찬 견제로 해석한건 오해…
남북정상회담 비화 공개가
국익에 무슨 도움 되나”
MB쪽 “언론보다 책 보고 판단하라”
정운찬 견제로 해석한건 오해…
남북정상회담 비화 공개가
국익에 무슨 도움 되나”
MB쪽 “언론보다 책 보고 판단하라”
청와대가 30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중 일부 내용을 겨냥해 공개적으로 “유감”과 “우려”의 뜻을 밝히자, 이 전 대통령 쪽이 다시 “언론 보도보다 회고록을 보고 판단하는 게 맞다”며 반박했다. 그동안 잠복해 있던 전-현 정권 사이의 갈등이 회고록 발간을 계기로 충돌 양상으로 번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은 다음주 초 발간에 앞서 최근 주요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는데, 청와대가 문제 삼는 부분은 크게 두 곳이다. 2010년 당시 이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세종시 수정안’ 표결을 언급한 대목과, 이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남북관계 및 비밀접촉 등의 내용을 자세히 기술해 놓은 부분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전 예고 없이 기자들이 있는 춘추관을 찾아 “박 대통령이 (2010년에)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한 게 당시 (수정안 처리를 책임졌던) 정운찬 총리를 (차기 대선 주자로 생각해) 견제하기 위해서라고 (회고록에서) 얘기한 것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하며, 유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세종시 수정안 얘기가 나왔을 때 박 대통령은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결단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문제가 (이 전 대통령에 의해) 정치공학적으로 해석되는 게 지금 우리나라나, 국민이나, 당의 단합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또 이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북한이 남북정상회담 대가로 달러와 지원물품을 구체적으로 요구했다는 등 정상회담 추진 비화를 상세히 밝힌 것에 대해서도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 고위 관계자는 “지금 남북대화를 비롯해 외교 문제가 민감한데 세세하게 나오는 것이 외교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 이런 지적은 언론에서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이같은 대응은 박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뜻이 아니라면 청와대 참모가 전직 대통령의 회고록을 향해 이렇게 날 선 반응을 내놓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박 대통령 지지율 급락 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청와대가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 등으로 여론이 좋지 않은 전임 대통령에게 각을 세워 국면을 전환해보려는 판단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번 회고록 집필을 총괄한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서울 세종로 언론회관에서 출간 기념 기자회견을 열어 “청와대에서 얘기한 것처럼 정운찬 총리를 견제하기 위해 세종시에 반대했다, 이런 표현은 없다. 언론 보도보다는 회고록을 정확히 보고 판단하는 게 맞다”고 잘라 말했다. 정상회담 추진 비사를 공개한 것과 관련해서도 그는 현 정부의 2013년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염두에 둔 듯 “실패한 비공개 접촉은 공개하지 말라는 원칙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냐”고 반문하며, “국가정보원이나 외교부 등의 상층부가 바뀌었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잘 모르는 것 같아서 전임 정부에서 이 부분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정확하게 알려야 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명박 정부 때 인사인 이동관 전 홍보수석은 이날 와이티엔(YTN) 인터뷰에서 “민감한 이야기는 2, 3년 뒤에 준비해서 쓰겠다는 생각 때문에 진짜 정치적으로 논란이 될 만한 사안이라고 판단한 것은 이번에 전혀 안 다뤘다”며 박 대통령 임기 말에 회고록 2편이 나올 것을 예고해 관심을 끌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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