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 등 6+알파 형태 운영
청와대 정책점검회의 신설도
청, 정책 수립단계부터 챙겨
되레 일방통행 강화 우려
정부 협의 채널도 이미 다수
청와대 정책점검회의 신설도
청, 정책 수립단계부터 챙겨
되레 일방통행 강화 우려
정부 협의 채널도 이미 다수
정부가 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 국무위원(통일·외교·국방부 장관 제외)과 청와대 수석들이 참석하는 회의를 열어 내각과 청와대 비서실 사이의 정책 협의 및 조율을 위한 ‘정책조정협의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최근 불거진 연말정산 파동과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백지화 논란 등에서 드러났듯이, 주요 정책을 둘러싼 혼선과 파행이 되풀이되자 청와대가 주요 정책을 수립하는 단계부터 직접 챙기겠다고 나선 것이다. 일부에선 청와대가 내각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결과를 낳아 ‘책임총리제 무력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정택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이날 회의 뒤 브리핑에서 협의체 신설 배경에 대해 “정책의 수립과 집행, 변경, 발표 과정에서 문제점이 없도록 조정과 조율을 거쳐 정책성과의 극대화를 도모하기 위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협의회는 내각의 경제부총리, 사회부총리, 국무조정실장과 청와대의 정책조정, 홍보, 경제수석이 고정 멤버가 되고, 사안에 따라 관련 장관과 수석이 더 참석하는 ‘6+알파(α)’ 형태로 운영될 예정이다. 현 수석은 “협의회를 수시로 열겠지만, 개인적으로 한 달에 최소한 두어 번은 만나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청와대 모든 수석들이 참석하는 주례정책점검회의도 신설된다. 내각에서는 총리-부총리 협의회와 사회관계장관회의를 2주에 한 번씩 열기로 했다.
앞서 정부는 연말정산 파동 이후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사실상 백지화하는 등 지금껏 추진해온 정책을 한꺼번에 뒤집어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군인연금과 사학연금 개편안까지 꺼냈다가 없던 일로 했고, 주민세·자동차세 인상 추진 방침을 밝혔다가 이 역시 ‘올해는 하지 않겠다’고 말을 바꿨다. 국토교통부가 지난주 발표한 연 1%대 저금리 수익공유형 주택대출 제도도 이틀 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재검토를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 주요 사안마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의 이견이 맞서면서 극심한 혼선이 생긴 것이다.
이번에 신설된 정책조정협의회는 이런 혼선이 사전 조율 및 정무적 판단 없이 추진되고 발표돼 생긴 문제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정부 안에는 정책점검회의, 국가정책조정회의, 현안점검조정회의, 총리-부총리 협의체, 사회관계장관회의 등 정부내 정책조정 협의 채널이 여러개 있다. 당정청 협의도 꾸준히 열렸다. ‘옥상옥’ 식의 회의체 신설을 근본적인 해법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부처 고위관계자는 “지금 생기는 문제는, 예를 들면 세수가 부족하다면서도 ‘증세 없는 복지’를 고집하는 청와대의 소극적인 처방 탓에 빚어진 것”이라며 “솔직하게 설명하고, 욕을 먹더라도 의지를 갖고 밀어붙일 사안도 있는데, 지금 청와대는 욕을 안 먹으려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새로 만들어진 협의체가 각 부처에 청와대의 의중을 더 강하고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새로 내놓은 대책이 오히려 일방통행을 강화할 가능성을 키웠다는 것이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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