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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정치권 증세 논의에 찬물…또 국정 일방통행

등록 2015-02-09 20:51수정 2015-02-09 21:25

“세금은 링거주사” 날선 발언 쏟아내
국정주도권 상실 우려 차단 속내도
여당도 곤혹…국회와 갈등 빚을듯
박근혜 대통령이 9일 국회에서 논의 중인 ‘복지 증세’를 강한 어조로 반박하며 ‘증세 없는 복지’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청와대가 그동안 증세 논의에 불을 지펴온 여야 정치권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증세 없는 복지는 정직하지 않다”(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며 박 대통령과 청와대를 비판했던 새누리당 지도부도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리게 됐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작심한 듯 증세 관련 비판을 쏟아냈다. “(경제 활성화 노력 없이 증세를 하는 것은) 국민을 배신하는 게 아닌가”, “아무리 세금을 거둬도 (투자와 창업 등에 대한 의지가 없다면)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이나 다름없다”, “세금을 거둬들이는 것은 일시적으로 링거 주사를 맞는 것” 등 날 선 발언을 이어갔다. 박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최근 구성된 여당의 ‘신주류 지도부’가 잇따라 청와대와 다른 의견을 내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당이 국정운영의 중심이 돼야”(유승민 원내대표) 한다는 여당을 견제하고, 당-청 관계 악화와 국정운영 동력 상실에 대한 우려를 조기에 차단하려는 것이다.

또 증세 문제에 민감한 여론이 ‘증세 불가’를 외치는 청와대 쪽으로 기울 것이란 판단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당 지도부가 그동안 (증세에 부정적인) 보수정당의 정체성을 잊고 증세 문제에 대해 너무 많이 나갔다. 여당 내부에서도 ‘지키지 못할 말을 왜 하느냐’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국민에 대한 도리”와 “배신” 등을 언급하며 정치권을 겨냥한 것도 결국 새누리당 지도부가 증세 문제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이어가지 못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또 이날 회의에서 그동안 강조해왔던 지하경제 양성화와 공공개혁, 비과세 감면 축소 등을 다시 꺼내들며 “정부와 국회, 여야 모두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국회의 협조를 강조했다. 국회가 ‘증세 없는 복지’를 비판만 하지 말고,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일종의 촉구인 셈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이런 태도는 여야가 최근 시작하기로 한 ‘증세와 복지’ 토론에 대해 일찌감치 쐐기를 박으려는 의도가 보인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와 충분히 협의한다면서도, 정작 국회가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를 무시하는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이 또다시 반복됐다는 지적이다. 법인세 감면 철회 등 증세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신임 지도부와 관계도 첫걸음부터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발언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지도부가 어떤 방향을 정한 게 아니라 의원들의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복지 수준과 증세 여부에 관한 당론을 정하겠다고 했는데도 대통령이 이렇게 얘기하는 건 당황스럽다”며 “대통령의 방침은 존중하지만, 당내 논의는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직자는 “개헌도 그랬고, 증세도 그렇고 청와대는 한 번 세운 ‘원칙’을 변화시키는 데 강한 거부감을 느끼는 것 같다”며 “이럴 때일수록 당·청이 ‘기싸움’을 벌이는 것처럼 보일 게 아니라 소통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석진환 조혜정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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