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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패척결’ 깨알지시…사정기관 속앓이

등록 2015-03-20 19:54수정 2015-03-20 21:21

[뉴스분석] 관계기관회의서 ‘성과몰이’
출범 3년차를 맞아 ‘부패척결’의 깃발을 들어올린 정부가 연일 경적을 요란하게 울리며 ‘성과몰이’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경호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부정부패 척결 관계기관회의’를 열어 “공공, 민생, 경제·금융 등 3대 분야의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자리엔 법무부(검찰)와 경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관세청 등 7개 사정기관의 차관(차장)급 책임자들이 모두 참석했다. 지난 12일 국무총리가 “부패를 발본색원하겠다”고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비리 덩어리를 들어내야 한다”고 직접 나선 직후 사흘 만의 일이다. 청와대와 총리실이 쌍두마차로 초반 사정 분위기를 끌고 가는 모양새다.

특히 이번 사정 국면은 정치인 출신인 이완구 국무총리가 앞장서 ‘총대’를 메고 있다는 점과, 총리 담화에서 보듯 △자원외교 △방산비리 △대기업 비자금 등 구체적 사정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날 관계기관회의에서는 정부의 이런 ‘과제 부여형’ 주문의 범위가 한층 넓어지고, 세부 항목 또한 더 자세해졌다. 회의에서 각 사정기관들이 맡은 과제를 보면, 검찰은 기업 비자금과 방산비리, 해외자원개발 비리, 공공부문 비리 등을, 경찰은 3대 대포물건(차량, 휴대전화, 통장)과 3대 악성사기(보이스피싱, 노인·중소상공인 상대 사기) 등에 치중하도록 주제가 정해졌다. 국세청은 기업자금 유출과 편법 상속·증여 등 변칙적 탈세 행위를, 금융위와 금감원은 전자금융 관련 정보유출 및 해킹, 정책지원금 및 탈세 등에 집중해 성과를 내기로 했다. 또 각 사정기관들은 소속 기관 부기관장을 책임관으로 하고 각 과제별로 별도의 전담관을 지정해야 한다.

자원외교·방산비리·대기업 비자금
사정기관에 구체적 항목 지목해줘

성과 부담감에 역효과 우려
구호만 요란 ‘용두사미’ 될수도

박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을 닮은 듯한 총리실의 이런 ‘깨알 사정지시’는 각 사정기관들로부터 구체적인 결과물을 끌어내는 한편, 공직사회와 기업 및 정치권의 긴장감을 높여 국정에 힘을 실으려는 이중의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숙제를 떠안은 사정기관들의 속내는 복잡해 보인다. 총리실 산하는 아니지만 핵심 사정기관으로 분류되는 감사원이 국내 최대 방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방산비리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되거나, 경찰이 최근 국내 대형 건설사에 대한 내사를 강화하고 있다는 게 알려지는 등 사정기관들의 분주한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선 정부의 ‘성과몰이’가 기관별 부담과 경쟁을 키워, 자칫 무리한 조사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이 회의에서 “비리의 환부만을 정확히 찾아 제거함으로써 기업 활동 등이 위축되는 일이 없도록 유념해달라”고 당부한 것도 이런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환부만 도려내는 것’은 수사의 영역이어서, 이는 정부가 개입해서도 안 되고, 하기도 쉽지 않다.

준비 정도에 비해 초반 시작이 너무 거창한 것도 사정기관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쉽게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 ‘묵은 적폐’를 파헤치려면 오랜 조사나 내사 등이 선행돼야 하는데, 각 기관들이 그만큼 사전 준비를 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이번 사정 국면이 정권의 침체기 돌파를 위한 계기로 활용될 뿐 실제 결과는 ‘용두사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이번 사정드라이브의 ‘주력’인 검찰에서 가장 도드라지게 나타나고 있다. 한 검찰 간부는 “성과를 못 내면 검찰이 다 뒤집어쓸 텐데, 정부가 당장 무슨 큰 성과가 있을 것처럼 너무 크게 벌여놓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검찰 간부는 “총리 담화 발표 다음날 검찰이 포스코건설을 압수수색한 게 아니다. 검찰의 압수수색 전날 총리가 담화를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미 예정된 수사에 발맞춰 대대적인 사정 방침을 발표하면서, 검찰이 ‘하명 수사’에 나선 모양새가 된 것에 대해 에둘러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겉으로 부각되진 않아도 물밑에선 조금씩 엇박자가 생기고 있는 셈이다.

이날 열린 ‘부정부패 척결 관계기관회의’도 애초 국무총리가 사정기관의 수장급을 한데 모으려 했으나, 각 기관이 부담감 등에 난색을 표하자 차관(차장)급 회의로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진환 김지훈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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