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대통령실

‘시행령 전횡’ 제동에…청와대 “삼권분립 위배” 적반하장

등록 2015-05-29 21:08수정 2015-05-29 22:19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전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 참석하기에 앞서 자율주행차를 타며 양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9일 새벽 4시 넘도록 계속된 국회 본회의에서 피로한 표정으로 눈가를 매만지고 있다. 비슷한 시각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본회의장에서 잠시 졸음을 못이기자 주승용 최고위원이 팔을 잡아 깨우고 있다. 
대전/청와대사진기자단,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전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 참석하기에 앞서 자율주행차를 타며 양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9일 새벽 4시 넘도록 계속된 국회 본회의에서 피로한 표정으로 눈가를 매만지고 있다. 비슷한 시각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본회의장에서 잠시 졸음을 못이기자 주승용 최고위원이 팔을 잡아 깨우고 있다. 대전/청와대사진기자단,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국회법 개정’ 여야 합의안 겨냥
“정파적 이익 논의” 원색비난
유승민 “뭐가 위배되나” 일축
‘친박’ 빼곤 여당내 싸늘한 반응

박 대통령 거부권 행사해도
국회서 재의결땐 법률 확정
29일 새벽 여야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더불어 행정부의 시행령 등에 대한 국회의 수정·변경 권한을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하자, 청와대가 곧바로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청와대는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수정을 염두에 둔 여야의 국회법 개정에 대해 “정파적 이익 논의”와 “그(에 따른) 대가로 법원의 심사권과 행정입법권을 침해했다”며 국회를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하지만 청와대 주장과 정반대로 입법부가 마련한 법안 취지를 행정부가 별도의 시행령을 통해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것이 오히려 삼권분립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의 반발은 이달 초 여야가 공무원연금법 처리와 함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기’에 합의했을 때 나왔던 반응과 같은 패턴이다. 진통 끝에 의회가 합의안 또는 절충안을 마련해도 그때마다 행정부가 제동을 거는 일이 되풀이되면서, 정치권에선 청와대가 의회 권한에 지나치게 간섭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와 국회’, ‘청와대와 여당’이 대립하는 ‘3각 갈등’의 골도 더 깊어질 전망이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법률을 집행하기 위한 정부 시행령을 국회가 좌지우지하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은 행정부의 고유한 시행령 제정권까지 제한한 것으로 행정부 기능이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질 우려가 크다”며 “국회는 정치적 이익 챙기기에 앞서 삼권분립에 기초한 입법기구인 만큼, 국회법 개정안을 정부에 송부하기에 앞서 다시 한번 면밀하게 검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또 여야의 협상을 겨냥해서도 “정치권이 공무원연금법 협상에서 본질을 벗어나 처음엔 국민연금을 연계시키더니, 법인세 인상, 보건복지부장관 해임건의안, 나중에는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문제까지 연계시켰다”며 “국민과 국가재정이 어려운 이 시점에 정파적 이익을 논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국민에게 실망과 고통을 주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국회법 개정안 관련 청와대와 여야 주요 발언
국회법 개정안 관련 청와대와 여야 주요 발언
청와대 반발을 대하는 여야의 반응은 대체로 싸늘하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 내부에서도 일부 친박근혜계 의원들을 제외하면 ‘청와대가 과한 반응을 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 분위기다. 이번 합의를 이끈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청와대의 ‘권력분립 원칙 위배’ 주장에 대해 “어떤 부분이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법률과 시행령 사이에 생기는 충돌 문제에 대한 최종 판단은 대법원이 하는 것이고, 그 조항(수정 요구권)이 과하게 남용돼 정부가 일을 못할 일은 전혀 없다”며 “시정 요구 자체도 여야가 합의돼야 하는 것이고, 국회가 정부가 만드는 시행령 모든 조항에 간섭하는 게 아닌데 (청와대가) 너무 과하게 해석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여야 협상의 한쪽 당사자였던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도 “(청와대가) 헌법을 잘 모르시는 것 같다. 헌법적 균형의식도 상실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하며 “(국회법 개정안은) 헌법 정신을 구현하면서 깨져 있는 권력분립의 균형을 복원할 수 있는 마지막 탈출구라고 생각하고 만든 법”이라고 강조했다.

입법부가 행정부에 시행령 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바꾼 이번 국회법은 사실상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개정을 염두에 둔 것이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조사위원회를 만들어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하도록 특별법을 만들었는데, 해양수산부가 시행령에 공무원(파견 검사)이 조사를 주도하도록 만들어 법 취지를 거슬렀다는 게 이번 국회법 개정 논의의 출발점이었다.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사회가 지속적으로 이 시행령의 폐지 또는 개정을 요구했지만, 박 대통령과 행정부가 ‘모르쇠’로 일관하는 바람에 결국 여야가 국회법을 개정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번 국회법 개정안 표결에서 재적의원 3분의 2를 훌쩍 넘은 211명의 의원이 찬성한 것 역시 여야 합의를 존중하자는 의도도 있지만, 행정부의 이런 ‘월권’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문제의식이 작용한 측면도 크다. 청와대가 이를 ‘(행정부) 권한 침해’나 ‘(정치권의) 정파적 이익에 따른 논의’라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행정부 중심 사고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김성우 홍보수석은 ‘박 대통령이 개정된 국회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여러 가능성을 다각적으로,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 재의결을 하면 법률로 확정된다. 이미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한 법률을 거부했다가 재의결이 되면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을 뿐 아니라, 레임덕이 가속화할 수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앞둔 상황이어서 위험 부담도 크다.

이에 따라 청와대가 실제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을 직접 행사하기란 현재로선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방안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당분간 상임위 차원의 세월호법 시행령 개정 논의를 지켜보며 대책을 강구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