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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왜 대통령의 생각을 ‘번역 인터뷰’로 들어야 하나

등록 2015-06-14 20:12수정 2015-06-15 10:16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에 대해 “국민들이 기대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해서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에 대해 “국민들이 기대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해서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현장에서 박 대통령과 WP의 인터뷰
한일 관계·사드 등 민감한 사안은 ‘워딩’ 중요한데
영어 보도를 한국말로 재번역해야 하는 아이러니가…
박근혜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극도로 꺼린다는 건 이미 온 국민이 알고 있다. 임기 반환점을 눈앞에 둔 지금까지, 기자들과 문답을 주고받은 기자회견은 두 번 있었다. 개별 언론이 박 대통령과 단독 인터뷰를 한 적은 없다.

예외적으로 박 대통령은 외국 순방에 앞서 상대국 유력 언론과 종종 개별 인터뷰를 한다. 이전 대통령들도 그렇게 했다. 해외 언론이 국내 언론보다 더 가까운 거리에서 박 대통령과 질문을 주고받는 셈이지만, 그 나라에 한국을 긍정적으로 알리는 것이니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국내 언론이 남북관계 등에 대한 박 대통령의 구상을 해외 언론을 인용해 보도하는 일이 잦은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가 지난 12일 박 대통령 인터뷰 내용을 보도하고, 국내 언론이 이를 인용한 것도 같은 방식이었다. 방미는 취소했지만 미리 약속된 인터뷰는 취소하기 힘들어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번 인터뷰는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고질적인 대국민 소통방식 문제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한·일 양국의 위안부 문제 협상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고, 협상의 마지막 단계에 있다”는 박 대통령 인터뷰 내용은 그 자체로 경색된 한-일 관계의 새 국면을 예고하는 큰 뉴스였다. 박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한·미·중 사이의 최대 외교 현안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에 대한 생각도 처음으로 언급했다.

석진환 기자
석진환 기자
대통령이 이런 중요한 내용을 국내 언론이 아닌 해외 언론에 먼저 밝히는 건 필요에 따라 적절히 판단할 수 있다. 다만 우리 국민들이 우리 대통령이 한국말로 한 인터뷰 내용을, 외국 언론이 영어로 보도한 것을 번역한 한국어 문장으로 접해야 하는 건 이상한 일이다. 특히 이번처럼 민감한 사안인 경우 정확한 어구(워딩)가 중요하지만, 한국 언론들은 한-일 관계와 위안부 협상에 대해 <워싱턴 포스트>가 박 대통령이 말했다고 보도한 ‘파이널 스테이지’(final stage), ‘컨시더러블 프로그레스’(considerable progress)라는 영어를 각각 “마지막 단계”, “상당한 진전”이라고 해석해 박 대통령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실제론 박 대통령이 한국말로 어떻게 말했는지 모른다. 청와대는 기자들의 거듭된 요청에도 박 대통령의 한국어 원문을 완강하게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미국(영어) 언론이었으니 망정이지, 다음에 사우디아라비아 언론과 인터뷰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막막하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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