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쿄서 열린 수교 50년 기념행사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2일 주한 일본대사관과 주일 한국대사관이 각각 서울과 도쿄에서 마련한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에 나란히 참석해, 한-일 관계 개선의 전망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두 도시에서 열린 행사는 그동안 두 나라 사이에 쌓인 오랜 앙금을 의식한 듯, 화해를 상징하는 여러 행사들이 진행됐다.
주한 일본대사관이 이날 저녁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주최한 리셉션 주제는 ‘화합’이었다. 서울의 일본인학교 학생들과 서울시 소년소녀합창단이 가장 먼저 등장해 합창했는데, 주최 쪽은 수년째 어긋나 불협화음을 낸 양국 관계를 협력과 화합으로 이끌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 정부는 대형 술독의 뚜껑을 깨서 여는 일본 전통 풍습인 ‘가가미비라키’(鏡開き) 이벤트도 벌였다. 가가미비라키는 매년 정월 미래가 열리고 행운이 찾아오기를 기원하는 의식으로, 새로운 한-일 관계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행사장 한쪽에 50년 전인 1965년 도쿄의 한일협정 체결 현장에서 배경으로 사용됐던 병풍을 세워, 국교 50주년의 의미를 환기시켰다. 앞서 박 대통령은 이날 행사 참석을 위해 방한한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을 청와대에서 접견했다.
주한 일본대사관에선
1965년 한일협정때 쓰인 병풍 전시
새로운 한일관계 희망 담아
대형 술독 깨서 여는 행사도 벌여 주일 한국대사관에선
가야금 장구 등 전통악기 공연
민주당 대표·도쿄도 지사도 참석
행사장 밖에선 일 우익들 항의 집회 주일 한국대사관 주최로 열린 일본의 기념 리셉션은 도쿄 미나토구 쉐라톤미야코호텔에서 진행됐다. 이날 행사는 가야금·장구·대금 등 한국 전통악기 공연과 유흥수 주일대사의 개막 인사,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축사가 이어졌다. 아베 총리가 한국 국민 등을 상대로 수교 50주년에 관한 메시지를 발표하자, 이에 응답하는 형식으로 윤병세 외교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을 대독했다. 이날 모임엔 아베 총리를 비롯해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 오타 아키히로 국토교통상, 시오자키 야스히사 후생노동상, 나카타니 겐 방위상 등 아베 내각의 주요 각료들과 공동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 오카다 가쓰야 민주당 대표, 마스조에 요이치 도쿄도 지사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한편, 이날 행사장 밖에서는 한국과의 국교 단절 등을 요구하는 일본 우익들의 항의 집회가 열려 일대 교통이 큰 혼잡을 빚기도 했다. 장기 경색 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두 나라 정상이 이처럼 같은 날 상대국 대사관이 주최한 리셉션에 나란히 참석한 것 자체가 양국 관계의 큰 진전이긴 하지만, 이번 행사가 한-일 정상회담과 이를 위한 과거사 문제 해결, 호혜적 협력 관계 복원 등 본격적인 관계 회복을 예고하는 것으로 단정하긴 아직 이르다는 평가가 많다. 한-일 국교정상화 30주년과 40주년에도 한·일 정상이 이번처럼 상대국에서 주최한 행사에 교차 참석했지만, 가시적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한 바 있다. 40주년인 2005년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한·일 우정의 해’ 개막 행사에 교차 참석했지만, 같은 해 2월 일본 시마네현이 다케시마의 날 지정 조례안을 통과시키고 10월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으로 한-일 관계가 경색됐다. 앞서 30주년인 1995년에는 무라야마 담화가 발표돼 새로운 전기를 맞는 듯했으나, 일본 각료들이 “한일합방은 합헌”이라고 망언하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겠다”고 맞불을 놓으면서 갈등이 폭발한 바 있다. 석진환 기자, 도쿄/길윤형 특파원 soulfat@hani.co.kr
1965년 한일협정때 쓰인 병풍 전시
새로운 한일관계 희망 담아
대형 술독 깨서 여는 행사도 벌여 주일 한국대사관에선
가야금 장구 등 전통악기 공연
민주당 대표·도쿄도 지사도 참석
행사장 밖에선 일 우익들 항의 집회 주일 한국대사관 주최로 열린 일본의 기념 리셉션은 도쿄 미나토구 쉐라톤미야코호텔에서 진행됐다. 이날 행사는 가야금·장구·대금 등 한국 전통악기 공연과 유흥수 주일대사의 개막 인사,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축사가 이어졌다. 아베 총리가 한국 국민 등을 상대로 수교 50주년에 관한 메시지를 발표하자, 이에 응답하는 형식으로 윤병세 외교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을 대독했다. 이날 모임엔 아베 총리를 비롯해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 오타 아키히로 국토교통상, 시오자키 야스히사 후생노동상, 나카타니 겐 방위상 등 아베 내각의 주요 각료들과 공동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 오카다 가쓰야 민주당 대표, 마스조에 요이치 도쿄도 지사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한편, 이날 행사장 밖에서는 한국과의 국교 단절 등을 요구하는 일본 우익들의 항의 집회가 열려 일대 교통이 큰 혼잡을 빚기도 했다. 장기 경색 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두 나라 정상이 이처럼 같은 날 상대국 대사관이 주최한 리셉션에 나란히 참석한 것 자체가 양국 관계의 큰 진전이긴 하지만, 이번 행사가 한-일 정상회담과 이를 위한 과거사 문제 해결, 호혜적 협력 관계 복원 등 본격적인 관계 회복을 예고하는 것으로 단정하긴 아직 이르다는 평가가 많다. 한-일 국교정상화 30주년과 40주년에도 한·일 정상이 이번처럼 상대국에서 주최한 행사에 교차 참석했지만, 가시적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한 바 있다. 40주년인 2005년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한·일 우정의 해’ 개막 행사에 교차 참석했지만, 같은 해 2월 일본 시마네현이 다케시마의 날 지정 조례안을 통과시키고 10월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으로 한-일 관계가 경색됐다. 앞서 30주년인 1995년에는 무라야마 담화가 발표돼 새로운 전기를 맞는 듯했으나, 일본 각료들이 “한일합방은 합헌”이라고 망언하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겠다”고 맞불을 놓으면서 갈등이 폭발한 바 있다. 석진환 기자, 도쿄/길윤형 특파원 soulfa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