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찾은 여당지도부 충성다짐
3시간도 안돼 공직기강 다잡기 인사
3시간도 안돼 공직기강 다잡기 인사
16일 대법원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대선개입 혐의(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원심판결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것을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 국정 장악의 고삐를 더욱 강하게 죌 것으로 보인다. 취임 이후 계속된 정통성 시비에 대한 ‘굴레’가 벗겨진 것으로 해석해, 수직적 당·청 관계와 사정기관을 통해 국정 주도권을 장악해나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하지만 이날 대법원이 유무죄에 대한 판단은 내리지 않아, 국정원 선거 개입에 대한 법적 시비가 최종적으로 가려지기까지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청와대는 이날 대법원의 판단에 대해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현 정부 인사가 아니라며 거리를 둔 것으로, 괜한 입장 발표나 추가 발언 등으로 불필요한 논란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사법부가 옳은 판결을 내린 것”이라며 반겼다. 원 전 국정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가 인정됐다면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었던 것만큼,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부담을 덜었다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을 한달여 앞두고 내려진 이번 판결은 박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운영을 좌우할 수 있는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최종 확정을 통해 지난 대선이 ‘부정한 선거’로 규정될 경우,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맞물려 곧바로 레임덕(집권 후반기 권력누수)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박 대통령이 후반기 국정운영 기조를 ‘예상’할 수 있는 장면이 청와대와 정부에서 동시에 연출됐다. 이날 이뤄진 청와대 회동에서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지도부는 대통령 앞에서 한껏 허리를 굽혔다. 국회법 거부권 행사와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퇴 정국을 거치면서, 새누리당의 비박근혜계(비박계) 지도부를 친박근혜계(친박계)로 재편해낸 박 대통령은 이날 회동을 통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벌어질 수 있는 당·청 간 균열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이날 청와대를 찾은 새누리당 지도부는 한목소리로 “새로운 마음으로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며 ‘충성’을 다짐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3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황찬현 감사원장은 감찰 임무를 총괄하는 감사원 사무총장에 검찰 출신의 이완수 변호사를 임명 제청했다. 감사원 사무총장에 외부 인사가 제청된 것은 16년 만의 일이다. 박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공직 기강 다잡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되는 상징적 인사였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공직·정치권 사정은 조기에 성과를 내는 것이 가능하고 국민들의 관심과 호응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정 동력이 약화되는 국면을 수습하기 좋은 카드”라고 말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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