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신임 청와대 대변인에 <문화방송>(MBC) ‘100분 토론’ 진행자인 정연국 문화방송 시사제작국장을 임명했다. 현직 언론인이 또다시 청와대로 직행하면서 ‘폴리널리스트’(언론인으로서의 위상을 이용해 정·관계 진출을 시도하는 언론인) 논란이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신임 정 대변인은 울산 출신으로 중앙대 독일어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문화방송 런던 특파원, 사회2부장 등을 거쳐 올 3월부터 시사제작국장으로 일해왔다.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는 문화방송의 간판 시사프로그램인 ‘100분 토론’을 진행해왔다. 정 신임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는 게 없지만 많이 배우면서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대변인 자리는 지난 5일 민경욱 전 대변인이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물러난 뒤 20일 동안 공석인 상태였다. 정 대변인은 지난 23일 “청와대 대변인에 내정됐다”며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100분 토론’ 진행 3일 뒤, 청와대 입성 직전에 사표를 낸 셈이다. ‘100분 토론’ 제작진들도 정 대변인의 사직 사실을 당일 뒤늦게 전해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신임 대변인 임명을 계기로 현직 언론인이 청와대로 직행하면서 언론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해치는 행태에 대한 비판이 다시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성우 홍보수석, 이남기·윤두현 전 홍보수석, 천영식 홍보기획비서관 등도 현직 언론인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실로 직행해 논란을 빚었다.
청와대 춘추관장(보도지원비서관)에는 육동인(53) 금융위원회 대변인이 임명됐다. 강원도 춘천 출신으로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나온 육 신임 관장은 <한국경제신문> 뉴욕 특파원, 국회사무처 홍보기획관을 거쳐 지난해부터 금융위원회 대변인으로 일해왔다.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대변인은 “권력의 잘못을 비판해야 할 현직 언론인이 권력의 권부로 자리를 옮긴 것은 매우 잘못된 행태”라며 “더욱이 한 언론사를 대표하는 시사토론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청와대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문화방송의 공신력에도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혜정 최원형 기자
id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