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의 딸과 전직 총리의 아들인 ‘2세 정치인’ 정상이 필리핀 마닐라에서 만났다.
박근혜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18일(이하 현지시각) 오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문한 마닐라에서 한-캐나다 정상회담을 열었다. 공식적인 만남은 이번이 처음인 두 정상은 모두 아버지에 이은 ‘2세 정치인’이라는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 트뤼도 총리의 아버지인 피에르 트뤼도 전 총리는 ‘캐나다의 캐네디’라는 평가를 받으며 16년 동안 캐나다 총리를 지낸 거물 정치인이다. 재임기간 동안 프랑스어를 영어와 공용어로 채택하는 등 막강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트뤼도 마니아’로 불린 젊은 유권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바 있다. 아들인 트뤼도 총리는 지난달 총선에서 인프라 투자 등 지출 확대와 부자 증세, 중산층 감세 등의 공약을 내세워, 보수당을 상대로 10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의 머리발언에서 “이번에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두고 총리로 취임한 것을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라며 “총리님의 리더십으로 캐나다가 리얼 체인지(진정한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뤄가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트뤼도 총리의 아버지인 트뤼도 전 총리를 언급하며 “(트뤼도 전 총리가)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는데도 많은 노력을 하셨다. 그래서 이번에 총리께서도 아태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해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에 트뤼도 총리는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답한 뒤, “한국과 캐나다의 경우에는 역사적으로 굉장히 오랫동안 우정을 쌓아왔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 관계를 쌓아나가고, 경제적 번영까지도 같이 공동으로 일궈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캐나다-한국 자유무역협정(FTA)가 체결돼 굉장히 출발이 좋았다고 생각하는데, 이제 이 자유무역협정을 바탕으로 해서 기업간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하고, 양국 간 우정도 더욱 강화시켜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한-캐나다 정상회담이 캐나다 쪽의 요청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마닐라(필리핀)/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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