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한겨레 자료사진
정종섭·이기권 장관 등 집단공격
‘교부세 감액 대상’ 의결
박시장 “지자체복지 제동은 위헌”
‘교부세 감액 대상’ 의결
박시장 “지자체복지 제동은 위헌”
“(서울시의 청년수당 정책은 법을) 위반해 집행하는 경우 (…) 벌칙조항을 두어 범죄로 규정할 수도 있는데 그런 조항이 없다.”(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정책의 차이를 범죄라고까지 하는 건 지나친 발언이다.”(박원순 서울시장)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1일 국무회의에서 서울시가 추진중인 청년활동비 사업을 ‘범죄’로 몰았다. 지난 8일 사의를 표명한 정 장관은 새누리당 후보로 내년 총선 출마가 유력하다.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부와 서울시가 청년 지원대책을 놓고 격돌했다. 정 장관을 포함한 여러 국무위원(장관)들이 박 시장을 집단으로 공격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정부의 취업성공 패키지와 청년활동비 사업이 중복된다”, 제정부 법제처장은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 가결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고, 박 시장은 “지방정부의 사회보장제도를 통제하고, 헌법이 규정한 지방자치 본질을 침해한다”며 강하게 맞섰다.
이날 논쟁을 촉발한 국무회의 안건은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 심의다. 정부가 ‘정부 동의 없는 복지사업을 자체 시행하는 지자체에 그 사업 예산만큼 감액한다’고 지난 9월말 입법예고하면서 지자체들이 반발해왔다.
특히 개정된 시행령은 지방교부세 감액 대상에 ‘사회보장기본법상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시 정부와의 협의되지 않은 사업’을 처음 추가했다.
이에 김인철 서울시 대변인은 “지자체와 실질적 논의도 없이 서둘러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깊은 유감”이라며 “권한쟁의 심판 청구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성남시와 야당이 권한쟁의심판 청구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법리 쟁점은 크게 3가지다. 먼저 이 시행령이 ‘주민복리 사무’를 자치단체의 고유 의무로 규정한 헌법에 위배되는지다.
사회보장기본법상 정부 ‘협의’를 ‘동의’라고 한 법제처의 유권해석도 논란거리다. 지자체의 복지사업을 정부의 사전승인 대상으로 만드는 격이기 때문이다. 사회보장기본법에는 “(지자체가) 사회보장위원회의 심의·조정 사항을 반영해 사회보장제도를 운영 또는 개선하여야 한다”고만 돼있다. 서울시는 “법에 이행의무나 불복·강제수단이 명시되지 않아 강제이행 사항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교부세 감액 대상을 법령 위반 사업으로만 제한하는 지방교부세법과 이 시행령이 충돌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날 행자부 장관의 ‘범죄 발언’이 쟁점을 하나 더했다. 행정 집행이 잘못됐을 경우 ‘징계’는 가능하지만 범죄로 ‘처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보편적 법리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박 시장과 국무위원들 간 논쟁이 거세지자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며 국무회의를 마쳤다.
이날 개정된 지방교부세법 시행령은 내년 첫날부터 시행된다. 이 경우 서울시와 성남시가 청년활동비, 청년배당 사업을 시행하면 각각 90억원, 113억원만큼의 교부세가 깎일 수 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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