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서
최근 경제상황 ‘위기’로 표현
새누리 “입법 수장이 돌파해야”
정 국회의장 “직권상정 권한 없다”
최근 경제상황 ‘위기’로 표현
새누리 “입법 수장이 돌파해야”
정 국회의장 “직권상정 권한 없다”
새누리당이 야당과 노동계가 반대해온 노동관계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기업활력제고특별법 등 이른바 ‘대통령 관심법안’을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 위해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내홍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강력히 추진하는 법안들이 표류할 가능성이 커지자, 박 대통령이 현 상황을 경제위기 직전의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하고 새누리당이 ‘화답’해 국회의장을 강하게 압박하는 모습이다. 현행 국회법은 국회의장이 법안을 본회의에 직접 상정할 수 있는 경우를 △천재지변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여야가 합의한 경우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정 의장이 법안 직권상정에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기업활력제고법(원샷법)의 처리 필요성을 강조하며 “공급과잉으로 전반적으로 침체에 빠진 업종을 사전에 구조조정을 안 하면 업종 전체적으로 큰 위기에 빠지게 되고, 그것은 대량실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최근 경제 상황을 ‘위기’로 표현하고, 대량 해고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 상황을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해 ‘위기론’을 극대화하고, 이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선 노동시장 개편 5개 법안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법 등이 직권상정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처리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것으로 보인다. 또 박 대통령은 “한 바늘로 꿰맬 것을 열 바늘 이상으로 꿰맨다. 또 열 바늘 이상으로 꿰매도 안 되는 경우가 있다”며 조속한 법안 처리를 강조했고 “국민 삶과 동떨어진 내부 문제에만 매몰되는 것은 국민과 민생을 외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또다시 국회를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후폭풍으로 임시국회가 공전되는 것을 비판하는 것은 물론, 여당인 새누리당 역시 공천 룰 논의에만 집중할 뿐 법안 통과를 위한 ‘진지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여당도 ‘대통령 관심법안’ 처리를 위해 국회의장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날 아침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동 5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경제위기가 어떻게 진행돼 폭발할지 알 수 없다. 지금은 전시에 준하는 비상상태다. 입법부의 수장으로서 의회주의를 살려낼 의무가 의장에게 있다. 돌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뒤이어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제2의 외환위기가 터지면 소용없다. 지금을 어려운 상황이 아니라고 하는 국회의장은 의무를 회피한다”며 정 의장을 비판했다. 하지만 경제 사령탑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경제위기설’에 대해 “대내외 여건을 다 짚어봐도 전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고,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도 12월 월례 브리핑에서 “소비 중심의 경제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 관심법안 처리를 위해 정치권이 정책당국과 ‘엇박자’를 내는 일관성 없는 태도가 오히려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 대통령과 여당의 압박에도 정의화 국회의장은 일반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 상황을 국가비상사태로 간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 의장은 이날 여당 원내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법률자문 결과 국회의장이 여야가 합의하지 않은 일반 법안을 직권상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입법 비상 상태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최혜정 이경미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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