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초유의 서명’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 광장에서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관련 단체들이 주도하는 ‘경제활성화 입법촉구 1000만 서명운동’ 현장을 찾아 명부에 서명하고 있다. 대통령이 입법 관련 서명운동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재계 주도 ‘경제입법 촉구’ 참여
야당 “대통령의 본분 망각” 유감
황교안 총리도 19일 온라인서명
야당 “대통령의 본분 망각” 유감
황교안 총리도 19일 온라인서명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관련 단체들이 주도하는 ‘경제활성화 입법촉구 1천만 서명운동’에 참여했다. 대통령이 입법 관련 서명운동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말부터 연일 국회를 비판하고 압박해온 연장선에서 국회와 야당을 겨냥한 행보로 보인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국회의 쟁점법안 처리를 압박하며, 국회 설득 대신 경제계 이익단체들의 서명운동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야당 대표와 단 한 차례만 단독으로 만나는 등 야당을 설득하려는 노력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황교안 국무총리도 19일 오전 이 서명운동에 온라인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경기도 성남 차바이오컴플렉스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부·문화체육관광부 등 7개 부처 정부 합동 업무보고에서 서명운동을 언급하며 “오죽하면 국민들이 그렇게 나서겠는가. 이것은 국회가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니까 국민들이 나서서 바로잡으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업무보고를 마친 뒤 판교역 광장으로 이동해 ‘입법촉구’ 명부에 서명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얼마나 답답하시면 서명운동까지 벌이시겠습니까”라고 서명운동 관계자에게 인사를 건넨 뒤 “저도 노동개혁법과 경제활성화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했는데도 안 돼서 너무 애가 탔는데, 당사자인 여러분들은 심정이 어떠실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힘을 보태드리려고 이렇게 참가를 하게 됐고, 국민들과 경제인 여러분들의 마음이 잘 전달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경제활성화 입법촉구 1천만 서명운동’은 대한상의와 전국경제인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 등 38개 경제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지난 13일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뒤 ‘경제살리기’ 입법촉구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한 데 이어 이날은 ‘서명운동본부’를 출범시켜 본격적인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대한노인회와 바른사회시민회의 등 보수단체들도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내어 “대통령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경제활성화법, 노동개혁법, 테러방지법 등 민생법안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재차 요청하는 차원에서 방문서명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 13일 대국민담화에서 법안 처리를 촉구하며 “국민이 나서 달라”고 호소한 것의 연장선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하지만 노동시장 개편 법안은 ‘쉬운 해고’ 등 노동자들의 고용불안 우려로 국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이른바 ‘경제활성화법’ 역시 질 낮은 일자리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여야가 맞서고 있다.
야당은 “대통령으로서의 지위와 본분을 망각한 잘못된 판단”이라며 유감을 나타냈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대통령의 서명운동 참여는 그저 국민 한 사람분의 서명으로 여겨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명백히 국회에 대한 압박”이라며 “대통령이 국회를 설득해 막힌 정국을 풀 시간은 없어도 국회를 압박하기 위해 생뚱맞은 서명운동에 참여할 시간은 있는 것인지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대통령의 ‘간절한’ 마음을 이해할 여지는 있지만, 법안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방의 국민 서명까지 참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최혜정 송경화 김진철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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