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필리버스터 비난에 몰두
법안 관련 ‘협상 거부’ 선언
“사이버테러방지법도 처리”
국회 정상화 출구 막아
“여당 전향적 태도 필요” 지적
법안 관련 ‘협상 거부’ 선언
“사이버테러방지법도 처리”
국회 정상화 출구 막아
“여당 전향적 태도 필요” 지적
야당이 테러방지법 ‘독소조항’ 제거를 요구하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엿새째 이어가고 있지만, 여당은 ‘일점일획’도 고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며 28일 ‘협상 거부 방침’을 선언했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테러방지법 보완 요구를 ‘자폭정치’, ‘총선용 공작’으로 매도하고, 북한의 사이버테러 가능성을 제기하며 사이버테러방지법안 ‘패키지 처리’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절충안이 마련되면 합의처리할 의사를 밝히고 있는 야당의 태도와 대조적이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김정훈 정책위의장,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특별기자회견을 열어 테러방지법 즉각 처리를 촉구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장이 야당의 필리버스터 악용으로 총선을 위한 선거 유세장으로 전락하고 있는 아주 심히 유감스러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야당이 (테러방지법 처리를) 거부하고 필리버스터를 지속하면 민생 파탄, 선거 연기 등 모든 책임은 야당이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 원내대표는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거짓 망언의 장”, “의회가 거짓 망령으로 춤을 춘 100시간” 등으로 표현하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또 “북한이 우리 공항이나 한국전력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 중요한 시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정황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며 “지하철 쇼핑몰 등 다중이용시설, 국가 기간망이 대상이 된다면 그 결과는 끔찍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 원내대표는 특히 “북한은 핵실험 이후 반드시 사이버 도발을 감행해왔다. 사이버테러가 끊임없이 진행되는 만큼 관련 법안도 시급히 처리해야 한다”며 사이버테러방지법 처리까지 요구했다. 현재 국회 정보위원회에 상정돼 있는 사이버테러방지법안은 민간 인터넷 전체를 국정원이 상시 관리감독하고 카카오톡 등 정보통신망 소프트웨어의 취약점을 의무적으로 보고받도록 하고 있어 시민사회단체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 내부에서는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여유도 감지된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가 종료된 직후 표결 처리를 할 수 있고, 필리버스터가 이어진다 해도 다음 회기에는 반드시 표결 처리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테러방지법은 3개월간 협상하면서 더민주의 요구를 반영했다”며 “우리는 법안과 관련해 어떠한 협상도 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 테러 이후 테러방지법 제정을 촉구해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기본적인 법체계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아이에스(IS·이슬람국가)도 알아버렸다”(2015년 12월8일 국무회의)고 말하는 등 외국의 테러를 거론하며 법안 처리를 강조해오다, 올해 들어서는 북한의 핵실험과 로켓 발사 등을 강조하며 테러방지법 제정을 밀어붙였다.
시민사회단체들은 테러방지법으로 강화되는 국정원 권한이 결국 국내 정치에 악용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과 사찰, 공작 전력 등은 부인할 수 없는 국정원의 ‘원죄’이고 팩트(사실)”라며 “다만 북한의 위협 역시 현존하는 위험인 만큼 두 가지 사실을 놓고 여야가 협상을 통해 풀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도 “지금 야당이 테러방지법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권한남용 소지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라며 “국정원이 테러방지법을 바로 악용한다는 것이 아니라, 0.1%라도 남용 가능성이 있다면 이를 막아야 하니 법안을 신중하게 만들어야 한다. 여당의 전향적 태도가 절실하다”고 짚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이슈필리버스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