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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실패한 ‘쥐덫’을 성공사례 인용 빈축

등록 2016-07-07 18:14수정 2016-07-07 21:30

무역투자회의서 ‘발상의 전환’ 플라스틱 쥐덫 소개
실제론 소비자 외면당해…업체 이름도 잘못 인용
LG CNS는 ‘쥐덫 이론’ 블로그글 내려 “엉뚱한 오해” 곤혹
박근혜 대통령이 기술혁신을 통한 경제위기 극복을 강조하면서, 실패한 제품 사례를 ‘성공신화’로 잘못 설명하고 회사 이름도 틀려 빈축을 샀다.

박 대통령은 7일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미국 시인 랠프 월도 에머슨의 “만약 당신이 더 좋은 책을 쓰고, 더 좋은 설교를 하고, 더 좋은 쥐덫을 만든다면 당신이 외딴 숲 속 한가운데 집을 짓고 산다 하더라도 세상 사람들은 당신의 집 문 앞까지 반들반들하게 길을 다져놓을 것이다”라는 글귀를 인용했다. 미국에서 ‘더 나은 쥐덫’이 ‘더 나은 제품’의 관용어로 쓰인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박 대통령은 이어 “미국의 울워스라는 쥐덫 회사가 있는데 여기서 만든 쥐덫은 한 번 걸린 쥐는 절대로 놓치지 않고 잡을 수가 있었고, 또 거기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예쁜 모양의 위생적 플라스틱 쥐덫으로 만들어서 발전을 시켰다”며 “이런 정신은 우리가 생각하게 하는 바가 많다”고 말했다. 기존 제품에 ‘새로운 가치’를 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회사가 기존 나무 쥐덫 대신 내놓은 플라스틱 쥐덫은, 잡힌 쥐만 버리고 씻어서 재사용할 수 있어 획기적인 상품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씻어 쓸 수 있는 플라스틱 쥐덫보다, 쥐와 함께 버릴 수 있는 나무 쥐덫을 선호해 결국 시장에서 외면당했다. 이는 고객의 요구를 고려하지 않고 제품만 좋으면 소비자가 알아서 찾을 것이라는 기업의 ‘무지’를 지적하는 사례로, ‘더 나은 쥐덫의 오류’로 널리 인용돼왔다. 박 대통령이 혁신과 변화를 강조하면서 막상 정반대의 사례를 든 셈이다. 게다가 박 대통령이 ‘울워스’라고 소개한 이 회사의 실제 이름은 ‘애니멀 트랩’이고, 울워스는 이 회사의 회장(체스터 울워스) 이름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독특하고 새로운 제품·서비스로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런 가운데 엘지(LG)그룹 계열 시스템통합 업체인 엘지씨엔에스(LGCNS)가 박 대통령의 ‘쥐덫’ 발언의 ‘유탄’을 맞아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렸다.

과정은 이렇다. 박 대통령이 회의에서 ‘더 나은 쥐덫’ 이론을 언급하자, 기자들이 인터넷에서 이를 검색했는데, 엘지씨앤에스의 홍보 블로그에 있던 ‘더 나은 쥐덫의 오류’ 글이 먼저 보여졌다. 이 글을 통해 박 대통령이 ‘쥐덫 이론’을 잘못 인용한 사실을 알게 된 기자들이 기사에 인용하겠다고 밝히자, 엘지씨엔에스는 서둘러 글을 삭제했다. 3편으로 나눠져 연재된 글은 ‘더 나은 쥐덫의 오류’가 소개된 글이 빠진 채 1·3편만 남겨졌다.

엘지씨엔에스 홍보실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해당 글은 2015년 3월19일부터 올려져 있던 것으로 ‘더 나은 쥐덫’의 오류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담겨 있었다. 다만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된 가십성 기사에 인용되는 게 부담스러워 삭제했는데, 엉뚱한 오해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내용에 문제가 없는 글을 대통령 발언을 이유로 지운 것에 대해서는 “과민반응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정치 기사에 등장하는 게 아무래도 불편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혜정 김재섭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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