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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무조건 감싸기의 ‘우’를 범하려는 대통령

등록 2016-07-21 19:51수정 2016-07-22 10:33

박대통령, 우병우 의혹·사드 논란 ‘정면돌파’ 선택
‘밀리면 끝장’ 레임덕 가속화 우려
사드, 북 위협 내세워 ‘단합’ 강조
우병우 비판도 정권 흔들기 인식
“불순세력 가려내야” 공안정국 예고
소통과 설득보다 갈라치기 전략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오전, 탄도미사일 발사 등 최근 북한의 도발 위협과 관련한 안보상황 점검을 위해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오전, 탄도미사일 발사 등 최근 북한의 도발 위협과 관련한 안보상황 점검을 위해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논란 등을 ‘대통령 흔들기’로 규정하며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8일 몽골 순방에서 돌아온 뒤 잇따라 불거진 우 수석 논란과 친박 실세들의 공천개입 의혹 등에 침묵을 지켜왔으나, 사흘 만에 첫 공식 일정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안보위기론’을 들고 나왔다. ‘북의 위협’을 강조하며 지지세력을 결집해 집권후반기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 개별 사안의 폭발력이 큰 만큼 정치권 등의 공세에 물러설 경우 권력누수(레임덕)가 통제불능으로 가속화할 것이라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를 주재하면서 우병우 민정수석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다. 회의 자체가 ‘안전보장회의’였기에, 직접적 발언은 북한의 위협과 사드 논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위기’, ‘단합’ 등을 강조한 뒤 회의 참석자들에게 “소명의 시간까지 의로운 일에는 비난을 피해가지 말라”고 주문했다. 최근 국정의 최대 이슈인 우 수석 사태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그에 대한 재신임 의지를 강하게 밝힌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우 수석의 처가 땅 매매 과정 ‘거짓말’과 진경준 검사장에 대한 부실검증, 아들 병역 보직 특혜 등 잇따른 의혹을 ‘악의적인 정치 공세’로 인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청와대 참모는 “우 수석에 대해 파상공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우 수석의 위법행위가 명백히 드러난 것도 없다”며 “대통령을 깎아내리기 위해 우 수석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흔들리면 나라가 흔들린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 역시 ‘우병우 흔들기’를 정권 차원의 위기로 심각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 나타난 대목이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19일 우 수석에 대한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도 “안보위기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대통령과 정부가 총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정치공세나 국정 흔들기는 자제돼야 한다”며 우 수석에 대한 의혹을 ‘국정 흔들기’로 규정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이 이날 사드 논란에 대해 내놓은 발언들도 더 강경해졌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위협을 여러차례 거론하며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과 ‘국민 단합’을 강조했다. 그는 “북한은 지속적으로 고도의 계획 아래 대한민국의 심장부를 겨누고 있다”, “(북한은) 올해 13회에 걸쳐 30여발의 탄도미사일과 방사포를 발사했다”며 북의 위협을 강조했고, 북한의 핵실험과 테러, 사이버공격 가능성도 거듭 제기했다. 박 대통령은 사드 배치와 관련된 비판을 ‘북한의 선동’이라며 노골적인 색깔론까지 부추겼다. 박 대통령은 “북한은 우리의 사드 배치 결정을 적반하장격으로 왜곡·비난하고, 반정부 투쟁을 선동하면서 남남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국가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선택에 대해서 우리가 분열하고 사회혼란이 가중된다면 그것이 바로 북한이 원하는 장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불순 세력이 (사드 반대 시위에) 가담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을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며 대대적인 공안정국을 예고하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 15일 황교안 국무총리의 경북 성주 방문 과정에서 벌어진 충돌과 관련해 이른바 ‘외부 세력’을 수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사드 배치 반대 투쟁을 지렛대 삼아 ‘정권 반대 세력’ 탄압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박 대통령은 지금 정책(사드)과 인사(우병우) 등 어느 것 하나라도 흔들릴 경우, 역대 대통령처럼 임기말 레임덕이 급속히 전개될 것을 우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레임덕에 대한 위기 의식에 조급함이 더해지면서 소통과 설득보다 ‘갈라치기’를 통한 정면돌파를 선택했다는 해석이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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