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민정수석이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6년 장차관 워크숍에서 신발을 벗고 의자에 다리를 올린 채 박근혜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3일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사표를 25일 만에 전격 수리한 것을 두고 청와대의 ‘말바꾸기’ 논란이 일고 있다. 공직자의 경우 ‘법적 책임’을 물은 뒤 사표를 수리한다던 기존 입장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이석수 전 특감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감찰 내용을 <조선일보>에 ‘누설’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자, 지난달 29일 박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사표를 곧바로 수리하지 않았다.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수사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묻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청와대는 당시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진경준 전 검사장의 예를 들었다. 진 전 검사장은 ‘주식 대박 논란’이 불거지자 곧바로 사표를 제출했지만, 사표 수리가 보류됐고 결국 해임 처분을 받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3년 9월 ‘혼외자’ 의혹이 제기된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표도 “진실 규명이 우선”이라며 보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 전 특감을 해임할 경우 사태의 단초를 제공한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사퇴 압력이 더 커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박 대통령은 기존 입장과 전례를 뒤집고 이 전 특감의 사표를 전격 수리한 뒤에도 우병우 민정수석의 거취에는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 전 특감이 오는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 기관증인으로 출석해 미르재단과 케이(K)스포츠재단에 대한 내사 결과 등을 증언하는 사태를 막으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5일 “박 대통령이 순방(9월2~9일)을 다녀온 뒤 현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이 전 특감의 사표도 수리한 것일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부인했다.
최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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