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재단 ‘강제모금’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청와대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왼쪽)과 직권남용·횡령 의혹으로 국정감사 출석을 요구받고 있는 우병우 민정수석이 11일 청와대에서 영상국무회의가 시작되기 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가 직권남용 및 횡령 의혹을 받고 있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정감사 출석 여부에 대해 “관례대로 할 것”이라며 불출석을 강하게 시사했다. 하지만 과거 민정수석의 국회 출석 전례가 있는 데다 야당이 ‘청와대 예산심의 보이콧’을 거론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우 수석의 국감 출석 및 거취 논란이 다시 점화되고 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11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우병우 수석의 운영위 국감 불출석이 청와대의 공식 입장인가’를 묻는 질문에 “관례대로 하겠다”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전날에도 “민정수석이 국회에 출석한 사례가 있는가. 상황이 달라진 게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대부분의 역대 민정수석들은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경우에도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국감에 나오지 않았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민정수석이 고위직 인사와 검찰 수사 등 공개적으로 증언하기에 민감한 사안을 주로 다루는 데다 직무상 비상상황에 대비해 청와대에 상시 대기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의 신광옥 민정수석과 노무현 정부의 문재인·전해철 민정수석은 모두 국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받은 적이 있다. 특히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의 경우 운영위·법제사법위·재정경제위 국정감사 등 3차례 국회에 출석했다. 심지어 지난해 1월 이른바 ‘정윤회 비선실세’ 논란 당시,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은 김영한 민정수석에게 국회 운영위 출석을 지시하기도 했다. 청와대가 주장하는 ‘불출석 관례’가 성립하지 않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달 초 우병우 민정수석이 국회 운영위의 기관증인으로 채택됐을 때, 청와대 일부에선 “수석 개인에 대한 문제이므로, (운영위) 출석을 피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우 수석이 국회 운영위에 출석할 경우 여야의 ‘난타전’은 물론 거취 문제가 또다시 불거져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국감 불출석’으로 결론을 낸 것으로 보인다.
애초 우병우 수석의 증인 채택을 피할 수 없다던 새누리당도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불출석 사유서를 낼 경우 그때 가서 논의할 사안으로 지금은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출석 사유가) 본인의 문제이므로 불출석을 양해해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혀온 정진석 원내대표도 전날 “여야의 협의 절차를 거쳐 절차적 정당성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처리할 일”이라고 태도를 바꿨다. 새누리당은 미르·케이(K)스포츠재단 의혹과 관련한 핵심 인물인 박 대통령 측근 최순실씨와 광고감독 차은택씨의 국감 증인 채택도 결사적으로 막고 있다.
야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에서 의결한 기관증인은 여야 간사간 합의를 통해 불출석을 양해하지 않는 한 출석이 의무로 돼 있다. 이게 국회법과 국정감사법의 정신”이라며 “일방적으로 불출석한다면 그에 대한 명백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우병우 민정수석의 국감 증인 출석은 집권여당 정진석 대표가 맨 처음 주창했고 그 후로도 반복적으로 확인했다”며 “운영위 국감 보이콧 사태로 이어지면 청와대 예산 심의 보이콧으로 이어질 경우도 있다”고 경고했다.
최혜정 박승헌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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