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국회’는 여야가 재량껏 협상할 공간이 없는 탓이기도 하다. 그 배경에는 국민과 야당의 요구에 귀닫은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 박 대통령은 직권남용과 횡령 등 각종 의혹을 받고 있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교체하지 않고 있다. 수개월째 이어진 ‘우병우 사태’는 박 대통령 ‘불통’의 상징이 돼버렸다. 박근헤 대통령이 9월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발언하는 동안 우병우 수석(왼쪽 두번째)이 듣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국민이 만들어주신 틀 속에서 (야당과) 만나서 대화하고 타협하고 협의하면서 국정을 해나가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4월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 → “20대 국회에 국민들이 바라는 상생의 국회는 요원해 보인다.”(9월24일 장·차관 워크숍)
새누리당의 4·13 총선 참패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다짐했던 국회와의 ‘소통’과 ‘협치’는 6개월 만에 이렇게 허상이었음이 드러났다. 지난 6월 ‘여소야대’ 국회 개원 당시 박 대통령은 “국정의 동반자로 국회를 존중하겠다”며 국회를 ‘심판 대상’에서 ‘동반자’로 격상시켰지만, 두차례에 걸친 야당 지도부와의 만남에선 현안에 대한 인식차만 드러냈을 뿐 설득과 양보에는 인색했다. 안보·경제위기를 들어 야당에 “초당적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야당이 요구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사퇴 등은 ‘정권 흔들기’로 규정해 정쟁의 선봉에 섰다. 여기에 친박 지도부가 장악한 새누리당이 청와대 방어에 충실히 나서면서, 국회 교착의 주범으로 청와대가 꼽히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의 이런 강경한 태도는 국회를 정부의 ‘거수기’로 여기는 인식에, 임기 후반기 권력누수(레임덕)에 대한 ‘피해의식’이 더해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에 제기되는 비판과 의혹을 모두 부당한 정치공세로 규정한 탓에, 여야가 협력할 수 있는 공간을 줄이고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있다는 것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청와대는 정국을 주도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최순실 비선실세 의혹 등 적극 해명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여당이 청와대에 주파수를 맞추다보니, 국회가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고 짚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