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럽 조사…취임 이후 최저치
부산·울산·경남도 30% 붕괴
5060 세대서도 지지율 하락
“최순실·미르의혹 등 불통 부각”
부산·울산·경남도 30% 붕괴
5060 세대서도 지지율 하락
“최순실·미르의혹 등 불통 부각”
한국갤럽의 정기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2013년 취임 이후 최저치인 26%로 주저앉았다.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분류돼온 중·장년과 영남권의 균열이 전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갤럽이 전국 성인 1026명을 대상으로 지난 11일부터 사흘간 진행해 14일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박 대통령이 직무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26%로 지난주(29%)에 견줘 3%포인트 하락했다.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2%포인트 증가한 59%였다. 그동안 갤럽 조사에서 박 대통령 지지율은 29%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다. 지난해 연말정산·증세 논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올해 4·13 총선 직후와 지난주 조사 때의 29%가 최저치였다.
지역별로는 일주일 사이 서울(26%→18%)과 부산·울산·경남(30%→27%)에서 쭉 빠진 게 눈에 띈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30% 선이 붕괴된 것이다. 다만 핵심 지지기반인 대구·경북에서 지난주(39%)보다 5%포인트 오른 44%를 기록했다. 중·장년 세대의 이탈 추세도 이어지고 있다. 50대는 2주 전 41%였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35%로 내려앉았다. 박 대통령 지지 성향이 강한 60대 이상은 지난주보다 6%포인트 하락해 55%를 기록했다. 박 대통령 지지율이 20~40대에서 10% 초반대인 만큼, 중·장년층의 이탈이 전체 지지율 하락을 견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부정 평가한 응답자들은 주된 이유로 ‘소통 미흡’(15%), ‘경제 정책’(14%), ‘독선·독단적’(7%), ‘인사 문제’(7%) 등을 꼽았다. 새누리당 지지율도 지난주(30%)보다 2%포인트 떨어진 28%로, 현 정부 출범 뒤 최저치다.
갤럽은 박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 동반하락에 대해 “최순실·미르·케이(K)스포츠재단 의혹, 물대포 피해자 백남기 사망과 사인 논란, 국정감사 등 정부·여당에 부정적인 사안들이 복합적으로 누적되어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지지율은 결국 ‘명분 싸움’인데, 박 대통령을 좋아하는 이들도 ‘잘하고 있다’고 말할 명분이 없고 ‘못한다’고 말할 게 더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북핵 등 안보 이슈에 따라 반등할 여지도 있지만, 극적인 외부 요인이 없는 한 하락세를 돌리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지율과 관계없이 안보·경제위기에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긴장하고 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지지율 만회를 위한 국면전환 카드를 꺼내지는 않겠지만, 임기 말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휴대전화 임의걸기(RDD)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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