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고 최태민 목사의 육영재단 관련 비리 의혹을 제기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2007년 7월20일 구속된 김해호씨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호송 차량에 올라 입을 꽉 다물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공적인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60)씨의 관계에 대해 최초로 폭로했다가 옥살이까지 한 인물이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에 의해 9년 만에 재조명받고 있다.
주인공은 2007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와 고 최태민 목사, 그의 딸 최순실씨의 관계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옥살이까지 한 한나라당 당원 김해호(68)씨다. 김씨는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한나라당 대선 후보 자리를 두고 다투던 2007년 6월17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의 딸을 이용해 공익재단을 장악한 고 최태민 목사의 전횡에 대해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당시 자신에 대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부국팀 자문위원이었다고 밝히면서 “최 목사와 그의 딸이 육영재단에 개입한 1986년 이후 어린이회관 관장이 세번 바뀌었고, 직원 140명이 최 목사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직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박근혜 영남대 이사장때 “학교공사 맡긴 대가로 집 받은 의혹”)
6월17일 당시 <한겨레> 기사를 보면, <한겨레>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플러스’에 맡겨 벌인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으로 누가 가장 낫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이명박 후보가 40.1%, 박근혜 후보가 25.4%를 얻어 그보다 한달 전 여론조사(이명박 44.1%, 박근혜 21.6%)와 견줘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고 있을 때였다. 이명박 후보는 당시 후보 검증에서 부동산 문제와 위장전입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지지율 지키기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였다. (▶관련 기사 :이명박-박근혜 지지율 격차 한달새 22.5%p→14.7%p)
김씨는 아울러 “유아원을 운영하던 최 목사의 딸은 서울 강남에 수백억원대 부동산을 갖고 있는데, 이 돈은 박 후보와 관련된 재산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당 검증위원회가 이를 밝혀달라”며 최 목사의 사위이자 최순실씨의 남편이던 정윤회씨를 두고도 “박 후보 사조직인 ‘논현동 팀’ 대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씨는 “(정윤회씨는) 박 후보 비서실장 자격으로 2002년 방북 때도 동행했다. 최 목사와 아무 관계도 없다는 박 후보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박 후보는 육영재단 이사장이었지만 최태민 목사의 꼭두각시에 불과했는데, 작은 재단 하나도 소신껏 못 꾸린 사람이 어떻게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겠느냐”며 의혹 제기의 배경을 밝혔다.
김씨가 이런 주장을 펼치면서 당시 기세를 올리던 박 후보 쪽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박근혜 후보 캠프 김재원 대변인은 김해호씨 기자회견 당일엔 “이미 언론을 통해 해명됐거나, ‘아니면 말고’ 식의 험담 수준에 불과하므로 답변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는다.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대변인은 이튿날인 18일 “한두번도 아니고 중요 고비마다 최태민이란 죽은 사람을 불러내어 도덕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는 박 후보를 깎아내리려 하고 있다”며 김해호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발하고 2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 소송도 제기했다. (▶관련 기사 : 박근혜 ‘최태민 의혹’ 또 터졌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고 최태민 목사 육영재단 관련 비리 의혹을 제기해 공직선거법상 사전선거 및 허위사실 공표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해호씨가 2007년 7월19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 실질심사를 마친 뒤 호송 차량에 오르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