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뒤늦게 참모 교체-
감싸던 우병우·문고리 3인방 등
막다른 골목 몰려 교체 불가피
이원종 실장·김재원 수석도 정치적 책임
비서실장·정책조정수석 등 인선 못해
국정공백 상당기간 이어질 듯
감싸던 우병우·문고리 3인방 등
막다른 골목 몰려 교체 불가피
이원종 실장·김재원 수석도 정치적 책임
비서실장·정책조정수석 등 인선 못해
국정공백 상당기간 이어질 듯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 비서진 일부를 개편하면서 처음으로 ‘가시적인’ 조처에 나섰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파문이 확산되고 청와대가 수습을 위한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이원종 비서실장과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우병우 민정수석, 김재원 정무수석, 김성우 홍보수석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정연국 대변인이 밝혔다. 또 박 대통령의 정치 입문 시절부터 박 대통령을 보좌해온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정호성 부속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의 사표 역시 수리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 25일 대국민 사과 이후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다가 사흘 뒤인 28일 밤 갑작스레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에게 일괄 사표 제출을 지시했다. 애초 청와대 안팎에선 후임 수석을 찾는 시간 탓에 참모진 개편 단행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김재원 정무수석도 지난 28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인적쇄신이란 것은 결국 지금 있는 사람보다 훨씬 유능하고 참신한 새로운 사람이 와서 국민 여러분들의 실망감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해야 하니 시간이 필요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비서실장·정책조정수석·정무수석 등 주요 수석의 후임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떠밀리듯 ‘사표 수리’부터 밝히고 나선 것은, 대통령 지지율 추락과 전국 각지에서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와 시국선언이 잇따르는 등 민심이 급격히 이반되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도 참모진 교체에 앞서 이날 오후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어 청와대의 대폭적인 인사쇄신을 요구했고, 새누리당 상임고문단과 시민사회 원로 등도 박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조속한 참모진 개편과 ‘최순실 엄정 수사’ 등을 촉구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인적쇄신 대상으로 거론돼온 참모들을 우선 경질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교체된 수석비서관들은 청와대 안의 ‘실세 수석’으로 꼽히던 이들이다. 우병우 민정수석과 김성우 홍보수석은 그동안 청와대의 강경 대응을 주도한 이들로 알려져 있다. 특히 우병우 수석은 처가 부동산 거래 개입 의혹에서 촉발된 논란으로 직권남용과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도 박 대통령의 재신임을 바탕으로 버텨왔지만, 결국 ‘최순실 쓰나미’에 휩쓸려 교체됐다.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은 미르·케이(K)스포츠재단 설립과 운영 과정에서 대기업 자금 모금 등에 개입하며 최순실씨의 손발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원종 비서실장과 김재원 정무수석은 각각 올해 5월과 6월에 임명됐지만, 이번 ‘최순실 파문’에 대한 정치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 실장은 최순실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수정했다는 의혹이 처음 불거지자,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연설문 수정은)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라며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런 말을 믿겠느냐”라고 강하게 반박한 바 있다. 이후 이 실장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파장이 확산되자, 지난 26일 박 대통령에게 수석비서관들을 ‘대표’해 사표를 제출했다. 김재원 수석은 이번 사태가 불거진 뒤 내부적으로 ‘참모진 일괄사표’의 필요성을 앞장서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석비서관들과 함께 교체된 ‘문고리 3인방’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연락책 구실은 물론 최씨가 국정에 전방위적으로 개입하는 데 주요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우병우 민정수석, 김성우 홍보수석의 후임에 곧바로 최재경, 배성례 수석을 각각 임명했다. 그동안 정치권 등에서 줄기차게 우병우 수석 사퇴를 요구하면서, 미리 후속 인사를 준비해온 걸로 보인다. 하지만 비서실장과 선임 수석비서관인 정책조정수석, 국회와의 소통 창구인 정무수석은 공석으로 남겨 둬 국정 ‘공백’ 상태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한 우병우 민정수석이 자리에 앉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이 9월30일 오후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의 접견 자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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