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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거국내각·책임총리 언급 없어…‘2선 후퇴’ 사실상 거부

등록 2016-11-04 20:57수정 2016-11-04 22:15

총리 지명 아무런 설명 안해
논란 일자 청와대가 수습 나섰지만
홍보수석 ‘권한 위임’ 말과 달리
비서실장 “2선 후퇴 건의할 생각 없어”
새누리 이제서야 ‘대국민 사과’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앞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사죄의 의미로 머리를 숙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새누리 이제서야 ‘대국민 사과’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앞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사죄의 의미로 머리를 숙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박근혜 대통령의 4일 대국민 담화는 ‘국가 위기상황’을 이유로 협조와 단합을 거듭 호소하면서도 지금의 위기와 국정공백 상황에 대해선 어떤 해법도 제시하지 않았다. ‘국면전환을 노린 면피성 사과’란 비판이 따라붙는 이유다. 특히 최근 청와대와 여당 쪽에서 나온 ‘거국중립내각’이나 ‘책임총리’에 대한 설명이 전무했던 점을 두고선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계속 쥐고 가겠다는 뜻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의 담화에서 국정공백 상황과 관련한 부분은 “안보가 매우 큰 위기에 직면해 있고, 우리 경제도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외의 여러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만큼 국정은 한시라도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고 언급한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이어 “더 큰 국정 혼란과 공백 상태를 막기 위해 진상규명과 책임추궁은 검찰에 맡기고 정부는 본연의 기능을 하루속히 회복해야만 한다”며 “사회 각계의 원로들과 종교 지도자들, 여야 대표들과 자주 소통하면서 국민과 국회의 요구를 더욱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국정운영을 진상규명 및 책임추궁과 분리시키면서 국정수습의 방안과 관련해선 ‘소통’을 통해 ‘국민과 국회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말로 얼버무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병준 총리 후보자를 국회와 한마디 상의 없이 서둘러 지명한 것에 대해선 어떤 설명이나 양해도 구하지 않았다.

청와대의 기습 개각으로 야당이 총리·부총리 등 모든 인사청문 절차를 거부하겠다고 밝히고 있는데도, 갈등을 풀어갈 방안은 전혀 제시하지 않은 셈이다. 심지어 전날 김병준 후보자가 “대통령도 공감했다”고 밝힌 ‘사회·경제분야 전담 책임총리’에 대해서도 침묵했다. 대통령이 정치적 선언을 통해 권한 위임을 명시적으로 밝힐 것으로 기대했던 김병준 후보자 역시 머쓱한 상황이 되어버린 셈이다.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이 김병준 후보자로부터 ‘셀프 책임총리’란 꼬리표를 떼어주는 차원에서라도 이번 담화에서 총리의 권한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나와야 했다는 견해가 다수다.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배성례 홍보수석은 ‘신임 총리와 대통령의 역할분담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대통령이 이미 총리 후보자 지명 전인 일요일(10월30일)에 (김병준 후보자와) 충분히 협의해 권한을 드렸고, 어제 총리(후보자)도 그런 의지를 표명했기 때문에 굳이 ‘맞다 틀리다’ 얘기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총리가) 국정 책임의 중심자이다. 장관 임명제청권과 해임건의권 등 모든 권한을 총리한테 (주어서) 나름의 역할을 한다는 전제 아래, 어제 총리(후보자) 기자회견 얘기를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날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의 말은 또 달랐다. 한 실장은 ‘대통령에게 국정 일선에서 물러나라고 건의할 생각이 없느냐’는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나로선 그런 건의를 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말했다. 국정운영의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이 헌법에 주어진 권한을 계속 행사하는 게 타당하다는 얘기다. 대통령이 사회·경제 분야의 국정 일선에서 물러날 것이란 홍보수석의 말을 상급자인 비서실장이 뒤집은 것이다.

이세영 최혜정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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