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했던 박영수 특검팀의 양재식 특검보(맨오른쪽)와 박충근 특검보(맨왼쪽)가 청와대 쪽의 불승인 사유서에 가로막혀 5시간여 만에 빈손으로 철수한 뒤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에 이어 3일 또다시 압수수색의 ‘굴욕’에 내몰린 청와대는 “매우 유감”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박충근·양재식 특검보 등 특검 수사팀이 ‘빈손’으로 철수한 뒤 기자들에게 정연국 대변인 명의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특검이) 제시한 영장은 무려 10개로, 국가기밀 등이 포함된 청와대 내 대부분의 시설을 대상으로 했다”며 “이는 특검이 얘기한 제한적 수색과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특검이 비서실장 및 각 수석실, 비서관실은 물론 행정요원의 근무지, 차량, 전산자료 등 광범위한 대상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특히 청와대는 “특별검사는 헌법상 소추가 금지되는 대통령을 ‘피의자’로 하여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을 시도했다”며 “아직 탄핵심판 판결이 내려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한 영장으로 무리한 수사를 실시하는 것은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되므로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특검 수사팀 20여명은 이날 오전 10시께 청와대 민원인 안내동인 연풍문에 도착했다. 이 가운데 박충근·양재식 특검보 등 6명은 윤장식 청와대 민정비서관, 이영석 경호차장 등 청와대 관계자 6명과 연풍문 2층 회의실에서 5시간여에 걸친 ‘마라톤 협상’을 벌였지만 서로의 견해차만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가) 국가 보안시설이라는 점을 충분히 설명했는데도 특검이 공무집행 방해 운운하는 것은 매우 적절치 않다”며 “우리도 공무를 집행하는 곳”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에선 ‘특검 해체’를 요구하는 보수단체와 ‘압수수색 거부 규탄’ 집회를 열던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이 충돌을 빚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정을 농단하고 헌정을 유린했던 세력들이 정당한 법절차를 방해하고 그것을 통해 탄핵, 사법처리를 모면하려는 행태다.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장제원 바른정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어 “청와대는 법 위에서 군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고, 장진영 국민의당 대변인은 “박 대통령은 특검의 압수수색에 협력하라”고 압박했다.
최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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