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광주시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광주/청와대사진기자단
“1988년 ‘광주는 살아있다’ 외치며 숭실대 학생회관 옥상에서 분신 사망한 스물다섯 살, 숭실대생 박래전.”
18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5·18 기념사를 듣던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의 눈가에 물방울이 맺혔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1980년 5월 광주의 진실을 알리려고 목숨을 끊은 ‘민주열사’ 4명의 이름을 불렀다. 문 대통령이 4번째로 호명한 박래전은 박래군 이사의 동생이다. 박 이사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동생 이름을 듣는 순간 쏟아지는 눈물을 참느라 혼났다”며 “옆자리에 세월호 유가족들이 없었다면 대성통곡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광주의 ‘5월 영령’ 뿐 아니라 박관현·표정두·조성만·박래전의 이름을 언급한 것은 ‘5·18’이 ‘1980년 5월 광주’라는 시공간에 국한된 사건이 아니라, 1980년대 전국 각지 시민·학생들의 희생과 헌신을 통해 그 의미가 공유·확산·재해석돼온 ‘살아있는 현재’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기념사 초안 마련에 참여한 신동호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 내정자는 “광주에 대한 부채감을 갖고 ‘1980년 이후’를 살아온 우리 모두가 ‘광주의 자식들’이란 점을 문 대통령도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이라며 “5·18과 관련해 목숨을 끊은 열사들을 셈해보니 12명이었다. 그분들 이름 모두를 불러드리지 못한 것을 대통령도 미안해하실 것”이라고 했다. 신 내정자는 기념사를 기초하면서 1987년 7월9일 연세대생 이한열의 장례식에서 민주 열사 26명의 이름을 부르짖었던 고 문익환 목사의 즉흥 연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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