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MB정권 4대강사업 정책감사 지시
환경부로 물관리 일원화…수자원공사 옮기기로
전문가들 “정책 패러다임 바뀌는 신호탄” 환영
환경부로 물관리 일원화…수자원공사 옮기기로
전문가들 “정책 패러다임 바뀌는 신호탄” 환영
막혔던 4대강의 물길이 다시 열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4대강 보 16개 가운데 녹조 발생 우려가 큰 6개 보를 오는 6월부터 상시 개방하라고 지시했다고 22일 청와대가 밝혔다. 이명박 정부가 22조원의 혈세를 쏟아부어 4대강에 보를 쌓은 지 5년여 만에 보의 일부가 상시 개방되는 것이다. 또 문 대통령은 국토교통부·환경부로 이원화돼 있던 물 관리 업무를 환경부로 일원화하고, 4대강 사업의 결정과 집행 과정 전반에 대해 정책감사를 실시할 것을 지시했다. 학계와 시민단체에서는 개발·토건 위주의 국토정책이 관리·보존 중심으로 전환하는 ‘패러다임 이동’의 첫걸음을 뗐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지난주 4대강과 관련해 다양한 자료와 정책 방향에 대해 보고받은 뒤 낙동강, 금강, 영산강의 6개 보부터 즉각 수문을 열 것을 지시했다”며 “관련 내용은 이미 관계부처에 통보해 후속조치 준비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상시 개방되는 보는 낙동강 유역의 고령·달성·창녕·함안보, 금강 유역의 공주보, 영산강 유역의 죽산보다. 한강 유역의 이포·강천·여주보 등 나머지 보 10개는 생태계 변화와 수자원 확보, 보 안전성 등을 정밀 검토해 개방 수준과 방법을 단계별로 결정하기로 했다. 김 수석은 “16개 보의 최종 처리 방안은, 4대강에 대한 민·관합동조사평가단을 구성해 1년간 생태계 변화와 수질·수량 상태를 면밀히 관찰한 뒤 확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다만 학계와 환경단체 일각에서 요구해온 재자연화(보 완전 철거)는 신중하게 추진하기로 했다. 김 수석은 “재자연화를 시도해야 할 보와 존치하면서 환경과 수자원 확보를 동시에 고려할 보가 있을 것”이라며 “최종 결론은 환경영향평가의 기본원칙을 준수하면서 철저히 과학적 판단에 근거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부와 환경부로 이원화돼 있던 물 관리 업무가 환경부로 통합되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김 수석은 “물 관리 업무는 국토부가 수량을, 환경부가 수질을 관리하게 돼 있지만 4대강 사례에서 보듯 수량 확보를 우선시하다 보니 수질 악화 우려가 명백했음에도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지 않았다”며 “국토부 수자원국을 환경부로 옮기고 수자원공사 역시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소관 부처를 옮길 것”이라고 했다. 이달 말 잠정안이 나오는 정부조직개편에 수자원공사 이관도 포함시킨다는 얘기다.
김 수석은 4대강 사업의 정책 결정 및 집행 과정에 대한 감사원 감사 계획도 공개했다. 김 수석은 “누군가의 불법을 찾아내는 것이 주안점이 아니라, 정책 결정의 정합성·통일성·균형성 확보에 필요한 교훈을 얻는 게 목적”이라면서도 “감사 과정에서 명백한 위법이나 불법 행위가 발견되면 (사법 처리 등) 상응하는 조처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감사 결과에 따라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수사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물 관리 영역에서 ‘혁명’에 버금가는 조처”라며 “부처들의 ‘사업을 위한 사업’ 추진 관행에 쐐기를 박고, 개발을 통한 자원 확보에서 보유 자원의 관리·보존으로 정책 패러다임이 바뀌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지난해 문 대통령의 낙동강 하굿둑 방문에 동행했던 박재현 인제대 토목도시공학부 교수는 “보 개방에 머무르지 않고 수자원장기종합계획과 하천기본계획을 전면 재검토해 수자원 관리의 일관성을 확보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날 비서실 명의로 “4대강 사업은 버려진 강을 되살리고 기후 변화에 따른 자연재해에 대비해 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수행된 사업으로, 정부는 감사·재판·평가가 끝난 전전 정부의 정책 사업을 들춰 정치적 시빗거리를 만들기보다 4대강의 후속 사업을 완결하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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