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저의 꿈은 국민 모두의 정부, 모든 국민의 대통령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손을 놓지 않고 국민과 함께 가는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국민 눈에 맞춘 개혁’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추도식장은 눈물 대신 웃음과 격려, 박수소리로 가득했다. 9년 만의 정권교체가 만든 변화였다. 5만여명의 추모객이 찾은 이날 행사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회의장, 여야 정당 대표 등 전·현직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는 처음 추도식을 찾은 문 대통령은 인사말을 통해 ‘국민의 이익이 되는 개혁’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개혁도, 저 문재인의 신념이기 때문에, 또는 옳은 길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눈을 맞추면서, 국민이 원하고 국민에게 이익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나가겠다”며 “국민이 앞서가면 더 속도를 내고, 국민이 늦추면 소통하면서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못다 한 일은 다음 민주정부가 이어나갈 수 있도록 단단하게 개혁해나가겠다”며 중단 없는 개혁을 약속했다.
‘실력’으로 과거 정권을 뛰어넘겠다는 의지도 새롭게 다졌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이란 이름은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세상의 상징이 되었고, 끝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었다”며 “우리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김대중·노무현 정부까지, 지난 20년 전체를 성찰하며 성공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우리의 꿈을, 참여정부를 뛰어넘어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 나라다운 나라로 확장해야 한다. 노 대통령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가슴에 묻고, 우리가 안보와 경제, 국정 전반에서 훨씬 유능함을 다시 한번 보여주자”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이 봉하마을을 찾은 것은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출 다음날인 지난달 4일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부인 권양숙씨를 예방한 지 꼭 49일 만이다. 당시 “대선에서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고 다짐했던 그는 인사말 초반 “이 추도식에 대통령으로 참석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킬 수 있게 해주신 것에 깊이 감사드린다. 노 대통령도 오늘만큼은 우리들 가운데 숨어서 모든 분들께 고마워하며 ‘야, 기분 좋다’ 하실 것 같다”며 감회에 젖기도 했다.
그는 “임기 동안 노 대통령을 가슴에만 간직하겠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라며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고 말했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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