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일 서울 세곡동 국민건강보험 서울요양원을 방문해 치매환자 보호자와 요양 시설 종사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문 대통령이 치매 환자 가족의 발언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치매환자의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을 10% 이내로 확 낮추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찾아가는 대통령’ 세번째로 서울 강남구 세곡동 서울요양원을 방문해 ‘치매국가책임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보험급여의 대상이 되지 않는 진료가 많은데, 다 대상이 되게끔 전환해 부담을 낮춰주는 것이 국가책임제가 실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 강남구 세곡동 서울요양원을 방문해 치매 환자와 그 가족, 간호 종사자들을 만난 문 대통령은 “이제는 치매 환자를 본인과 가족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 저도 우리 집안 가운데 심하게 치매를 앓은 어르신이 있어 잘 알고 있다”며 “6월말까지 치매국가책임제의 구체적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본격적인 시행은 내년부터 될 것인데, 우선 일자리 부분과 연계되기 때문에 당장 일자리 추경에도 2천억원 정도를 반영해 올해 하반기부터 첫 사업을 시작해 볼까 한다”고 밝혔다. 요양보호사 확충 등 치매 관련 일자리 사업에 2023억원을 투입해 일자리 창출과 복지를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치매 환자 가족 만남은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와의 만남, ‘미세먼지 바로알기’ 초등학교 방문에 이은 세번째 ‘찾아가는 대통령’ 편이다. 노동, 환경 문제에 이어 복지를 우선 정책과제로 선언한 셈이다. 문 대통령이 찾아간 서울요양원은 국립건강보험공단이 운영하는 곳으로, 입원을 원하는 대기 환자가 1000명을 넘는다. 이번 간담회는 치매 가족을 두고 있는 배우 박철민씨와 오랫동안 치매어르신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해온 방송인 김미화씨가 진행을 맡았다.
간담회에서 치매에 걸린 친정아버지를 직접 모셨었다는 이영란씨는 “(국립)요양원이 로또 당첨처럼 돼서 아들이 대학 간 것처럼 기뻤다”며 “(치매지원시설은)국가가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희영씨는 “가족휴가제를 다들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2일 서울요양원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치매 환자 가족의 발언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날 간담회에서 오간 발언을 경청한 문 대통령은 구체적인 지원 대책도 내놨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치매국가책임제’를 핵심 공약으로 제안했던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먼저 “치매는 가족의 문제이기도 하다. 건강한 분도 내가 나이가 들어 환자가 되면 어쩌나 하는 공포가 있다. 치매는 전 국민의 문제”라고 말문을 뗀 뒤, “의사가 한번 면접 하면 그때만 정신을 바짝 차려 대답을 잘 하기 때문에 요양 등급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치매환자 모두가 요양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등급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경증부터 중증에 따라 각각 맞춤형 서비스를 하겠다”고 말했다. “단계가 무거워지면 전문 요양보호사가 방문서비스를 하고, 더 무거워지면 출퇴근하며 종일 도와드리고, 더 중증이 되면 치매 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1:1 맞춤형 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1차적으로 치매지원센터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치매지원센터가 47개밖에 되지 않고 40개 정도는 서울에 있어 지방은 부족하다. 또 혜택을 보려면 마치 로또 당첨되듯이 오래 기다려야 한다”며 “치매지원센터를 250개 정도로 대폭 늘리겠다”고 말했다.
2일 `찾아가는 대통령3-치매, 이제 국가가 책임지겠습니다' 행사에 참석한 문 대통령이 참석자의 손을 잡고 반기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치매 관련 시설 종사자들의 처우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요양보호사가 제대로 처우받아야 어르신을 모실 수 있다. 인원도 적고, 처우도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하반기 일자리 추경편성에 치매와 관련해 2000억여원의 예산을 배정하며 본격적인 개선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치매환자가족휴가지원서비스 확대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가족들도 우울증에 걸린다든지 힘들다. 전문요양사를 보내 일주일이든 휴가라도 보낼 수 있게 바우처 제도를 마련해 가족에게도 혜택을 주는 것으로 확대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부분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메모했기 때문에 6월 말까지는 구체적인 방안을 국민들에게 보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치매는 이제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진다는 것으로 내가 치매가 걸리더라도 안심할 수 있게 제가 약속드리고,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이 간담회에는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과 양승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함께 참석했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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