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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권위 깨고 국민과 소통 ‘쾌속’…인선·야당 협치는 ‘숙제’

등록 2017-06-08 21:32수정 2017-06-08 21:54

문재인 정부 한달
◎탈권위 파격행보
총리 등 주요 인선 직접 발표
현충일엔 부상병 옆자리 앉혀

◎적폐청산 속도전
국정교과서·4대강 보 개방 등
‘촛불정부’ 모토 개혁과제 돌파

◎개혁 인사 전면에
조국·장하성 등 개혁참모 기용
측근 배제 ‘논공행상’ 논란 차단

◎야당 협치는 난항
야당 지도부 방문 등 소통시도
내각인선·추경 논란 난제 산적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소회의실에서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소회의실에서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정부가 10일로 출범 한 달을 맞는다. 현직 대통령 탄핵과 조기대선이라는 초유의 상황 속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대선 다음날인 5월10일 오전 대통령 취임 선서와 함께 임기를 시작했다. 새 정부는 ‘여소야대’라는 정치 상황 속에서 인수위원회도 없이 직무 수행에 돌입하는 악조건에 놓여 있었지만, 80%를 웃도는 국민의 높은 지지 여론을 등에 업고 정국을 돌파해왔다.

■ 공개 행보는 소탈·파격 국민들이 새 대통령에게 가장 환호했던 대목은 전임 대통령과 대조되는 ‘탈권위’였다. 문 대통령의 소탈한 행보는 방송을 통해 전 국민에게 중계되는 과정에서 두드러졌다. 취임 당일인 10일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을 직접 카메라 앞에 나와 발표한 게 시작이었다. 19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지명하는 청와대 춘추관 회견장에선 인선안 발표를 마친 뒤 갑자기 “혹시 질문 있습니까”라고 물어 기자들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장에선 추모사를 읽고 퇴장하는 유가족 대표 김소형씨를 뒤따라가 김씨를 끌어안고 위로했고, 6월6일 현충일 추념식에서는 3부 요인이 앉던 옆자리에 목함지뢰로 부상당한 군인들을 앉게 해 잔잔한 감동을 자아냈다.

■ 메시지는 위무·포용 대국민 메시지 역시 파격의 연속이었다. 취임 뒤 첫 국가기념일 메시지였던 5·18 민주화운동 기념사부터 그랬다. ‘5·18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하고 ‘민주화를 위한 호남민의 희생’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더 나아가 5·18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자신을 던진 1980년대 ‘열사들’ 4명을 하나하나 호명하며 ‘전국의 5·18들’을 기억해달라고 호소한 것이다.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반영하겠다는 대선 전 약속을 지키겠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같은달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선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추도식 참석은 이번이 마지막임을 밝히며, 특정 ‘진영’에 갇힌 ‘그들만의 대통령’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6월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는 ‘순국선열’과 ‘호국 영령’뿐 아니라, 국가 발전을 위해 헌신한 청계천 여공과 파독 광부, 베트남 파병 군인들의 희생을 동등한 ‘애국’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애국’에는 진보·보수가 따로 없고, 각자의 자리에 맞는 여러 방식의 ‘애국’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추모’에 그칠 수 있었던 메시지를 ‘통합’과 ‘포용’의 차원까지 확장한 것이다.

■ 국정은 돌파·제압 ‘촛불 민심’의 분출에 힘입어 집권한 정부란 점에서 ‘적폐 청산’과 ‘개혁’은 새 정부의 국정 모토가 될 수밖에 없었다. 청와대의 선택은 ‘광장’의 식지 않은 열기를 에너지 삼아 상대를 숨돌릴 겨를 없이 밀어붙이는 ‘속도전’이었다. 국정교과서 폐지, 검찰 돈봉투 사건 감찰 지시, 세월호 희생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 일부 4대강 보 상시개방 등이 청와대발 뉴스로 쏟아졌다. 국민들은 전임 정권에서 막혀 있던 개혁 과제들이 대통령의 결단으로 풀려나가는 상황을 보며 환호했다. 문제는 대부분의 조처가 ‘행정 명령’ 성격의 ‘대통령 업무지시’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여소야대라는 정치상황과 청와대와 내각 구성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임기 초 정권의 특수성이 작용한 것이었지만, 정책의 안정성과 지속성 등을 고려할 때 국정운영의 일반적 방식과는 거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 인사는 코드·측근배제 초기 청와대 참모진 인선은 대체로 문 대통령과 성향이 비슷한 개혁적 인사들로 채워졌다. 비검찰 출신인 조국 교수를 사정라인 사령탑인 민정수석에 앉힌 것이나, 재벌 전문가인 장하성 교수를 경제·사회정책을 총괄하는 정책실장에 발탁한 것은 각각 검찰개혁과 재벌개혁을 힘있게 추진하기 위한 ‘코드 인사’ 성격이 농후했다.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낙마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후임에 윤석열 전 최순실 특검 수사팀장을 낙점한 것과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지명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오랜 기간 ‘지근거리’에서 문 대통령을 보좌했던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과 노영민 전 의원은 초기 인선에서 제외됐다. 측근 인선 논란을 피하고 ‘논공행상’을 둘러싼 내부 분열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읍참마속’ 차원이었다. 하지만 인수위 기간 없이 출범한 정부의 한계는 후속 인사에서 각종 ‘인사 사고’들로 터져나왔고,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직 임명 배제 기준’으로 밝힌 ‘5대 원칙’(병역 면탈, 세금 탈루,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논문표절)의 무력화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 정무는 설득·압박 문 대통령의 ‘대국회 관계’와 관련해선 ‘소통을 위해 노력했지만, 협치 수준까지 나아가기엔 갈 길이 멀다’는 평이 일반적이다. 취임 첫날 여야 지도부를 방문한 것과, 며칠 뒤 여야 5당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장시간 대화를 나눈 것은 소통 강화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인사원칙 훼손 논란과 관련해 지난달 29일 문 대통령이 내놓은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선 비판적 시각이 적지 않다. 야당을 설득해 이견을 좁혀나가기보다, 자신이 정당하다고 여기는 사안은 여론을 믿고 정면 돌파하기를 선호하는 ‘정치인 문재인’의 성향이 확연히 드러났다는 것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인사 문제’에 대해 국민의 양해를 구하면서도, 논란이 커진 것은 야당이 이를 “정치화”했기 때문이라는 인식을 가감 없이 노출했다.

■ 외교는 신중·명분 최대 외교 현안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와 관련해선 미국과 중국의 반응을 지켜보며 신중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발사대 추가반입 보고 누락과 관련해 국방부에 대한 경위조사를 실시하고, 사드 부지의 환경영향평가 회피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에 나선 것은 ‘국내법적 절차’와 ‘정당성 확보’라는 명분을 앞세워 미·중을 설득할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이런 ‘시간 확보’ 조처 역시 전임 정부의 기습적 사드 배치로 초래된 갈등 상황에 대한 ‘미봉책’을 넘어설 수 있을지 여전히 미지수다.

이세영 정유경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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