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시정연설에 ‘제이노믹스’ 구상 담아
기업 성장 ‘낙수효과’ 논리 뒤집어
공공일자리 주도 성장론에 힘실어
“일자리 늘려 성장동력 확보”강조
보수진영 ‘큰 정부’ 비판에도 맞서
기업 성장 ‘낙수효과’ 논리 뒤집어
공공일자리 주도 성장론에 힘실어
“일자리 늘려 성장동력 확보”강조
보수진영 ‘큰 정부’ 비판에도 맞서
문재인 대통령의 12일 국회 시정연설에는 후보 시절부터 표방해온 ‘제이(J)노믹스’(문재인표 경제노선)의 기본 구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일자리를 ‘성장의 효과’가 아닌 ‘성장의 조건’으로 보고, 일자리 창출을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게 기본 얼개다.
이런 문 대통령의 생각은 “고용 없는 성장이 계속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성장의 결과 일자리가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늘려 성장을 이루는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언급에 명확하게 표현돼 있다. 이런 경제철학은 ‘기업이 성장해야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낙수효과 프레임’과 뚜렷이 구분된다. ‘기업 규제완화→투자 확대→일자리 창출→가계소득 증가’라는 기업 중심 성장 논리가 아니라 ‘일자리 확충→가계소득 증가→소비 증가→기업 이윤 증대→투자 확대→일자리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도식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일자리 주도형 성장’이다. 진보진영 일각에서 주장하는 ‘복지(분배) 주도 성장’과도 다르다. 문 대통령 주변에선 이를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내걸었던 ‘소득 주도 성장’의 진화된 판본이라 설명하기도 한다.
일자리 창출에서 ‘공공부문’의 선도적 역할을 강조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는 “근본적인 일자리 정책은 민간과 정부가 함께 추진해야 할 국가적 과제이나, 빠른 효과를 위해서는 공공부문이 먼저 나서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지금 당장 민간부문에 투자와 고용 확대를 강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은 정부로선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를 ‘마중물’ 삼아 민간부문의 합류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공공부문 확대를 부정적으로 보는 보수진영의 ‘큰 정부’ 프레임에 선제적 대응 논리를 맞세운 점도 눈길을 끈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작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에게 필요한 일은 하는 정부’”라고 했다. 생존의 벼랑 끝에 내몰린 국민에게 중요한 것은 정부의 ‘규모’가 아니라 ‘책임성’과 ‘능력’이란 얘기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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