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환송객들이 28일 오후 성남 서울공항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으로 떠나는 전용기로 향해 걸어가고 있다. 성남/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취임 후 처음으로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문 대통령의 3박5일 순방 일정 곳곳에 한-미 혈맹관계를 강조하는 ‘이벤트’가 배치됐다. 오는 30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디시(DC)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은 문 대통령 취임 후 51일 만으로,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이른 정상회담이기도 하다.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선 일단 한-미 양국의 신뢰와 동맹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이 28일 미국 워싱턴에 도착한 직후 곧바로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찾는 일정은 ‘혈맹 이벤트’의 핵심이다. 장진호 전투는 1950년 11월 말 미국 해병대 1사단 1만5천여명이 북한의 전략적 요충지였던 강계를 점령하려다 함경남도 장진군의 호수 인근에 숨어 있던 중공군에 포위돼 전멸 위기를 겪을 뻔했던 전투다. 미 해병대 4500여명이 희생될 만큼 치열했던 전투로, 중공군의 남하를 지연시켜 피난민 9만여명이 흥남부두를 통해 철수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의 부모는 ‘흥남 철수’로 남하한 피난민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3일 ‘국군 및 유엔군 참전유공자 위로연’에서 장진호 전투와 흥남 철수작전을 언급하며 “그 덕분에 피난 온 피난민의 아들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방미 첫 일정으로 장진호 전투 기념비 헌화를 정한 것은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강조하는 동시에 자신과 미국의 ‘인연’을 강조하며 우호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30일 오전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한국전 기념비를 찾아 헌화하고 참전용사 대표들을 만나는 것도 ‘혈맹 이벤트’의 일환이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펜스 부통령의 선친은 한국전 참전 용사다. 펜스 부통령이 참전비 헌화를 강력히 희망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보훈 관련 행보는 미국 정부 일각에서 제기되는 문 대통령 안보관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동시에, 이날 오후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겨냥한 측면도 있다. 문 대통령은 30일 오후 트럼프 대통령과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을 잇따라 열어 양국 간 현안을 점검한다. 특히 양국의 최대 관심사인 북핵 문제와 관련한 해법이 도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미국 <워싱턴 포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북한 핵문제를 위해서 제재와 압박이라는 메뉴판에 대화라는 메뉴판을 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허심탄회한 논의를 해보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이 ‘선 비핵화, 후 대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양국이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감한 현안인 사드 배치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등은 이번 정상회담 의제가 아니라고 청와대는 선을 긋고 있지만 회담 과정에서 돌발적으로 제기될 수도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은 29일 저녁 트럼프 대통령 부부의 초청으로 부인 김정숙씨와 함께 백악관을 방문해 상견례를 겸한 환영만찬을 한다. 트럼프 정부 들어 외국 정상 부부의 백악관 공식 환영만찬은 문 대통령 부부가 처음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다음날인 7월1일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와 동포 간담회 등에 참석한 뒤 2일 저녁 귀국한다.
최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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