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저녁(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간 상경례 및 만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씨가 트럼프미국 대통령과 멜라니아와 함께 기념쵤영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29일 저녁(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와 백악관에서 상견례에 이어 첫 만찬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뒤 외국 정상 부부와 백악관 만찬을 한 것은 처음이다. 두 나라 정상이 만찬을 한 것도 2011년 10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오바마 전 대통령의 국빈 만찬이 마지막이었다.
오후 6시쯤 백악관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영접을 받으며 스테이트 다이닝룸으로 이동해 선 채로 10분쯤 대화를 나눈 뒤 만찬을 시작했다. 두 나라 정상은 시작부터 양국 현안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주고받기 시작했고, 만찬 종료 예정 시각인 오후 7시30분을 넘겨 7시50분께 만찬을 마무리했다.
두 정상의 대화는 초반에는 다소 긴장된 분위기였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진솔하고 친밀한 대화를 이어갔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나는 한국 대선에서 당신이 당선될 것이라 예상했다. 굉장히 멋진 선거에 대해 축하드린다”며 “대통령과 대한민국 국민들 모두를 존경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오늘 만찬에서) 북한, 무역 및 다른 복잡한 문제들에 대해 모두 토론할 것이다. (끝나는 시각이) 늦은 밤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장진호 전투 기념비 헌화식 발언도 화제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 장진호 전투 기념비에서 대통령께서 하신 연설을 봤는데, 매우 훌륭하고 감동적이었다”며 “연설에 대한 칭송의 얘기를 여기저기에서 들었다. 축하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환대에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있었던 경제적 성과에 대해 축하드린다. 미국의 경제적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 역시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북한 핵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고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에 대해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희망을 갖게 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해결한다면, 미국의 어느 대통령도 해결하지 못한 위대한 성과를 만드는 게 된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추어올렸다. 지난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적극 지지한다는 뜻도 전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에는 북한문제가 중요하다면서도 실제 행동은 하지 않았다. 저는 대통령의 강력한 힘에 기반한 외교에 대해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장진호 전투 기념비 헌화사에 이어 미국에 우호적인 발언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해방국으로는 유일하게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나라다. 한국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이식시킨 나라 역시 미국이며, 한국의 성공은 미국의 보람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대화를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1층으로 내려가기 직전 “내 사적인 공간을 한번 둘러보시지 않겠느냐”며 문 대통령에게 제안한 뒤 문 대통령 부부를 3층으로 안내해 친밀한 대화를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3층 입구에서 “이쪽 복도에서 저기 끝까지가 나의 사적인 공간인데, 외부인에게는 잘 공개하지 않는 곳”이라며 트리티룸을 공개했다. 트리티룸은 미국이 프랑스로부터 루이지애나를 매입하면서 계약을 체결한 장소다. 이어 링컨 대통령이 사용했던 링컨룸으로 문 대통령 부부를 안내한 트럼프 대통령은 게티스버그 연설문 원본을 보여준 뒤 책상에 앉아 사진을 찍어볼 것을 문 대통령에게 권유하기도 했다.
한미 양국 정상 간 상견례 및 만찬이 29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두 정상은 이날 정장 차림에 푸른색 넥타이를 나란히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씨는 비취색 한복 차림이었고 트럼프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는 흰색 민소매 원피스를 입었다. 멜라니아는 행사장으로 김정숙씨를 안내하며 “여행이 어떠셨느냐”고 물었고, 김정숙씨는 “아주 즐겁게 보내고 있다. 지금이 한국시간으로는 아침이다”라고 답했다. 상견례와 환영 만찬이 이어지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 부부는 문 대통령 부부를 극진히 환대했고, 대화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공식 만찬 행사는 8시5분에 종료됐고, 이후에도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비공식 대화를 이어갔다.
만찬의 메인 메뉴는 겨자를 발라 구운 도버 솔(생선)과 차이브 버터 소스, 허브로 맛을 돋운 캐롤라이나산 황금미 비빔밥이었다. 만찬에는 우리 쪽에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안호영 주미대사,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김현철 경제보좌관 등이 참석했고, 미국 쪽에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윌버 로스 상무장관, 레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배석했다.
워싱턴/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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