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송영무 국방장관과 한민구 전 국방장관을 비롯한 군 지휘부를 격려하기 위해 마련한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새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를 추구하지만, 이 역시 압도적인 국방력을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지디피(GDP·국내총생산) 대비 2.4% 수준인 현재의 국방 예산을 임기 내에 2.9%까지 올리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전·현직 국방부 장관 등 주요 군 지휘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며 대선 후보 시절 약속한 국방비 증액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날 오찬에는 송영무 신임 국방부 장관과 한민구 전 장관, 이순진 합참의장, 장준규 육군참모총장, 엄현성 해군참모총장, 정경두 공군참모총장, 임호영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전진구 해병대사령관, 조현천 기무사령관이 참석했다. 이날 오찬은 국방력 증강, 자주국방 등을 주제로 각 군의 현황과 과제에 대한 의견을 대통령께 건의하고 조언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최근 방산비리 척결, 군 개혁 등을 강조해온 문 대통령이 이날 군 지휘부와 오찬을 한 것은 자칫 ‘사정 칼날’ 앞에서 위축될 수 있는 군의 사기를 돋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군 지휘부를 격려하기 위한 오찬에 앞서 참석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날 오찬에선 전역을 앞둔 이순진 합참의장의 ‘진솔한’ 발언이 눈길을 끌었다. 이 의장은 “그동안 모두 아홉 분의 대통령님을 국군통수권자로 모셔왔는데, 전역을 앞둔 군인을 이렇게 초청해 따뜻한 식사를 대접해주시고, 격려를 해주신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감동스럽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무기체계를 고도화하더라도 군의 정신력이 가장 중요하다. 군이 자부심을 통해서 강한 정신력을 가질 수 있도록 대통령께서 잘 이끌어 달라”고 말했다. 이 의장은 이어 42년간의 군 생활을 회고하며 군인으로서의 애환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전역을 앞두고 있는 지금, 지난 42년간의 군 생활을 돌아보면, 평생을 긴장 상태에서 살아왔고, 42년 동안 마흔다섯 번의 이사를 해야 했기에, 제대로 된 살림살이 하나 없을 뿐더러, 동생들 결혼식에도 한번도 참석을 못했다”며 “이것이 분단 상태인 조국을 지키는 대한민국 군인의 숙명인 것 같다. 이제 전역을 하고 나면, 신혼살림 같은 제대로 된 살림살이를 장만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오찬을 마무리하며 문 대통령은 “국가를 유지하는 기둥들이 많은데,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국방과 경제”라며 “여러분들은 지금까지처럼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지킨다는 자부심을 갖고, 튼튼한 국방을 위한 국방개혁에 혼신의 노력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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