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2017.8.18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김대중 대통령님이 보여주신 통일을 향한 담대한 비전과 실사구시의 정신, 안보와 평화에 대한 결연한 의지로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인은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원칙을 흔들림 없이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평화를 지키는 안보를 넘어 평화를 만드는 안보로 한반도의 평화와 경제 번영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우리의 외교안보 상황이 다시 엄중해진 지금, 김 대통령의 영전과 자랑스러운 민주정부의 전통 앞에 다짐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추도사를 통해 △실사구시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한국 주도권 △평화를 만드는 안보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실험 이후 긴장이 급격히 고조된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낼 핵심 원칙으로 제시한 것이다.
실사구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날카로운 남북 대결 국면에서도 북한의 군사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응하면서도 햇볕정책을 통해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 등 남북관계의 큰 진전을 이뤄내며 전쟁의 파국을 피했듯, 현재의 엄중한 대치 국면에서도 남북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평화적으로 상황을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문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김대중 정부 시절 두 차례 연평해전 승리와 2000년 6·15 공동선언을 언급하며 “김대중 대통령님은 안보는 안보대로 철통같이 강화하고, 평화는 평화대로 확고하게 다지는 지혜와 결단력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김대중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모식이 열린 18일 오전 서울 현충원을 찾은 이정미 정의당 대표(왼쪽 셋째부터),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가 참배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국 주도권은 최근 문 대통령이 가장 역설하는 원칙이다. “한-미 동맹은 평화를 지키기 위한 동맹이다”(14일 수석·보좌관 회의),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는 없다”(15일 광복절 경축사), “대화 여건이 갖춰지면 대북특사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이어 네번째다. 어떤 경우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지 않도록 우리의 주도권을 확고하게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추도사에서 밝힌 ‘평화를 지키는(peace keeping) 안보’와 ‘평화를 만드는(peace making) 안보’는 언뜻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전자가 한-미 동맹의 군사력에 기반한 전통적인 안보라면 후자는 남북 간 대화와 교류협력으로 관계를 개선해 평화를 정착시키는 적극적인 안보 개념이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한반도의 탈냉전과 항구적 평화체제를 추구했던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 노선을 계승·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아무리 먹구름이 몰려오더라도 한반도 역사에 새겨진 김대중의 길을 따라 남북이 다시 만나고 희망이 열릴 것이라고 믿는다”는 말로 이런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무너진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각오로 대통령 직무를 수행해오고 있다”며 “20년 전 전대미문의 국가 부도 사태에 직면했던 김대중 대통령의 심정도 같았을 것”이라는 말로, 현재 상황의 엄중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서거 8주기 추모행사에는 김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등 유가족과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한 전·현직 국회의장, 여야 5개 정당 대표 및 의원들이 참석했다. 김보협 정유경 기자
bh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