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 본관 앞 소공원에서 미국 <시엔엔>(CNN) 방송 폴라 행콕스 서울지국 특파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오는 18일 미국 방문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미국 <시엔엔>(CNN)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는 북핵 위기의 외교적·평화적 해결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한반도에서 결코 전쟁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문 대통령은 대화를 포기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우리 대북 정책의 기조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그러나 이는 북한이 대화의 길로 나올 때 비로소 가능한 이야기다. 대화할 수 있는 여건을 북한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 “전쟁 위험은 없다” 문 대통령은 <시엔엔>이 ‘제2의 한국전쟁은 발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어떻게 보장하느냐 묻자, “대북 제재·압박의 목적은 전쟁의 위기를 피하고 북한을 대화의 길로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라며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도 같은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북핵 문제만큼은 반드시 외교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거듭된 도발에도 주식·금융시장 등 한국 경제가 흔들리지 않고, 한국 국민들이 동요하지 않는 것은 ‘전쟁 위험은 없을 것’이라는 내 말을 잘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주장은 단호하게 반대하면서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고도화에 대응해 한국의 국방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생각을 같이한다”고 답했다.
■ “중·러, 안보리 결의 실효성 높이려면 밀무역 막아야”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강도 높은 대북제재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된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 북한의 도발이 계속될 경우 “국제사회는 석유류 공급 중단의 폭을 더 넓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 결의가 얼마나 성실하게 이행되느냐가 중요하다”며 북한의 석유류 밀무역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북한의 석유류 수출·수입에는 공식적인 부분 외에도 밀무역 등에 의한 비공식적인 교역도 많이 있다”며 “그런 비공식적인 부분까지도 확실하게 차단해준다면 이번 유엔 안보리 결의는 대단히 실효성 있는 결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대중관계, 길게 내다보면서 복원하겠다”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 해법을 묻자,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중국과의 공조와 협력이 대단히 긴요하다”면서도 “지금은 중국이 (10월) 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현 상황에서 사드 문제에 대한 관심을 바꾸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지 않고 차근차근 길게 내다보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복원해 가겠다”고 말했다.
■ “한-미 FTA 폐기 거론은 성급하고 우려할 만” 문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우선 제대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한 뒤 한-미 양국에 모두 호혜적이었다고 평가하고 개정 협상에 대해 “미국과 건강한 협의를 해나갈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정 협상이 이제 막 시작됐는데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대해 미리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한다거나 폐기를 얘기하는 것은 성급하고 우려할 만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김보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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