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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B-1B 무력시위에 동의한 청와대…흔들리는 ‘평화’ 원칙

등록 2017-09-25 21:25수정 2017-09-25 22:51

“사전협의 긴밀 공조” 밝혀
문 대통령 유엔 연설과 모순
전문가들 “한-미 공조에 집착
북과 충돌 우려 감수 무책임”
25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5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미국 전략폭격기 B-1B가 지난 23일 밤 북한 동해 공역에서 무력시위를 벌인 것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이미 뉴욕 방문 중에 미국과 관련 사실을 협의했다고 청와대가 25일 밝혔다. 미국의 ‘독자적 무력시위’를 놓고 논란이 일자 ‘굳건한 한-미 공조’를 강조한 것인데,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선 “자칫 지나치게 긴장을 격화시키거나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로 평화가 파괴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안정적 상황 관리’를 강조했던 문 대통령이 정작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B-1B의 ‘최북단 비행’에 동의했다는 것은 모순으로 비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수석비서관·보좌관 회의에서 지난 18~22일 방미 외교에 대해 “북한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와 함께 평화적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자평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미국 B-1B의 북한 근접 비행을 두고 “문 대통령이 뉴욕에 있을 때부터 실시간으로 보고된 사항이다. 한-미 간 충분히 사전 협의가 이뤄졌고, 긴밀한 공조하에 작전이 수행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대변인은 이번 작전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미 정상 간 합의였던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확대’와 관련이 있으며, 미국만의 단독 작전이었던 점에 관해서는 “엔엘엘(NLL·북방한계선)을 준수하는 차원에서 한국군은 참가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미군 전략자산 전개 등 대북 대응에서 한-미 간 이견이 없음을 부각하려는 설명이었지만, 문 대통령은 뉴욕에서 ‘평화적 해법’을 설파하는 동시에 미국 주도의 군사적 강경 대응에도 동의해준 셈이다.

미 전략폭격기 B-1B의 무력시위는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 범위를 벗어나 미국 스스로 밝혔듯이 “(북한의) 어떤 위협도 격퇴할 수 있는 많은 군사옵션”(미 국방부 데이나 화이트 대변인 성명) 가운데 하나에 가깝다. 미국의 무력시위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압박 성격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한국은 우발적 충돌로 이어질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 미국의 행동을 용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8·15 경축사부터 21일(현지시각) 유엔 총회 기조연설까지 줄곧 강조해온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훼손한 것 아니냐는 논란을 자초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유엔에서 “평화”라는 말을 30여차례 써가면서 “전쟁을 겪은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의 대통령인 나에게 평화는 삶의 소명이자 역사적 책무”라며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는 북한이 유엔헌장의 의무와 약속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음에도 북핵 문제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좋게 해석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어디로 튈지 모르니까 미국의 일방적 군사행동을 막기 위해 한-미 공조라는 틀에 집착하는 것 같다”며 “그러나 유엔에서 평화를 이야기하는 것과 북방한계선까지 넘어가서 무력시위하는 것에 합의한 것은 서로 충돌하며, 더 나아가 무책임하기까지 하다”고 비판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미 공조도 잡고 한반도 평화도 잡으려는 투트랙 노력으로 볼 수 있지만,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의 행보를 보면 이런 전략적 접근보다는 둘을 개념 없이 혼용하고 있어서 서로 모순되고 겉도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보협 기자, 박병수 선임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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