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열린 ‘평화올림픽을 위한 메트로폴리탄 평창의 밤’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욕/청와대사진기자단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과 북-미 긴장 고조로 한반도 주변 정세가 엄혹해졌음에도, 북한이 내년 2월 평창겨울올림픽에 참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정부 핵심 인사들이 전했다. 평창겨울올림픽이 단순한 스포츠 행사를 뛰어넘어 팽팽하게 부풀어오른 한반도 주변의 긴장을 완화시키는 마중물이 될지 주목된다.
정부의 한 고위인사는 13일 <한겨레>에 “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인사는 장 위원이 언제, 어떤 식으로 이런 의사를 전달했는지는 특정하지 않은 채 “조만간 정부의 공식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아직 경로를 밝힐 수는 없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 쪽에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문제가 잘 진척되고 있다’고 우리 쪽에 전한 것으로 안다”며 “여러 정보와 정황을 취합해 볼 때, 북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의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음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과 한-미 정상회담에서 그동안의 기류와는 다른 뭔가 상징적인 조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가능성을 높게 보는 몇 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우선, 북한이 평창올림픽 출전 자격을 따기 위한 예선전에 꾸준히 참가해 피겨스케이팅 등 일부 종목에서 본선 출전권을 확보했기 때문에 평창올림픽에 참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점과 북한이 실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대접받을 수 있는 스포츠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가해왔다는 점을 들었다. 이에 더해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의 적극적인 태도를 꼽았다. 이 관계자는 “독일 출신인 바흐 위원장은 분단 문제, 올림픽을 평화와 화합의 장으로 활용하려는 우리의 고민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며 “굳이 협조 요청이 필요없을 정도로 본인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미국 뉴욕을 방문해 ‘평창 외교’라고 부를 정도로 거의 모든 자리에서 평창올림픽과 평화를 연결지으며 북한의 참가를 강하게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유엔총회에서 “2018년 평창은, 2020년 도쿄, 2022년 북경으로 이어지는 동북아 릴레이 올림픽의 문이 열리는 곳”이라며 “평화의 위기 앞에서 평창이 평화의 빛을 밝히는 촛불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열린 ‘평화올림픽을 위한 메트로폴리탄 평창의 밤’ 행사에서도 “북한이 참여하는 평화올림픽을 성사시키는 것”을 ‘어렵지만 가치있는 도전’이라고 표현하면서 “지금 긴장이 고조되어 있지만 그래서 더더욱 평화가 필요하다. 이러한 시점에 남북이 함께한다면 세계에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평창올림픽(내년 2월9~25일)과 이어 열리는 평창패럴림픽(3월9~18일)이 해마다 2~3월에 실시해온 한-미 연합훈련 ‘키리졸브’와 겹치는 점이 미묘한 변수다. 키리졸브는 미국의 전략무기가 총출동해 북한의 긴장감이 높아지는 연례훈련인데 그 일정과 규모를 조정할 경우 북한의 참가 가능성이 높아질 수도 있다. 정부가 지난달 유엔에 평창올림픽 기간 즈음에 세계의 분쟁을 중단하자는 휴전결의안을 제출한 직후, 강원도는 군에 키리졸브 일정 조정 요구를 건의하기로 했고 군 당국자도 “훈련 일정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평창올림픽 등 국제행사 일정을 감안해 확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직 정부의 공식 입장은 “정보가 없다”는 것이다.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노태강 차관은 통화에서 “북한의 참가와 관련해 진전된 정보는 국제올림픽위원회와 실시간으로 공유하는데 아직 그런 것이 없다”며 “장웅 위원이 최근 ‘스포츠와 정치는 별개’라고 말하면서 이전과 입장이 바뀌어 긍정적인 전망이 커진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보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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