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경찰의날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격려사를 하고 있다. 2017.10.20 청와대사진기자단
“경찰의 눈과 귀가 향할 곳은 청와대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다.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경찰이 되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72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경찰의 새로운 출발을 당부한다. 환골탈태의 노력으로 ‘국민의 경찰’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 축사에 나선 문 대통령은 먼저 “대한민국 5대 범죄 검거율은 80%를 넘어섰다.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범죄 검거율은 95%가 넘는 놀라운 실적을 보이고 있다”며 “이 모두가 15만 경찰 여러분이 노력한 결과”라고 치하했다. 이어 “여기서 만족하고 안주해선 안된다”며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경찰이 되려면 더 확실하게 변화하고 혁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무엇보다도 “과거의 잘못과 단호하게 결별해야 한다”고 강조한 문 대통령은 “새 정부 출범 이후 경찰이 스스로 ‘경찰개혁위원회’와 ‘인권침해사건진상조사위원회’를 출범시킨 의미를 제대로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이 주신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경찰 스스로 경찰의 명예를 드높이는 계기로 만들라”며 “지난날 법 집행 과정에서 있었던 위법한 경찰력 행사와 부당한 인권침해에 대해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고, 책임있는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통령으로서 다시 한번 분명하게 밝힌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철저히 보장하겠다. 오직 국민을 위해서 복무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문 대통령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국민 인권보호를 위해 꼭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 문 대통령은 “두 기관의 자율적 합의를 도모하고, 필요한 경우 중립적 기구를 통해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경찰의날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경찰특공대의 대테러 진압시범을 지켜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2017.10.20 청와대사진기자단
그 외에도 문 대통령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유능한 민생경찰로 거듭날 것을 당부했다. “저는 ‘세월호의 아픔이 없는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 약속을 우리 경찰이 지켜주기 바란다”고 말한 문 대통령은 “집회와 시위의 대응에 과다한 경찰력이 낭비되선 안된다. 하루빨리 평화적 시위문화를 정착시켜 민생치안에 경찰력을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또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테러 대응 능력을 강화해 줄 것도 부탁했다.
문 대통령은 “경찰관 여러분이 얼마나 힘들게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며 “주요 다른 선진국보다 턱없이 적은 인력으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온 여러분의 노고에 늘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또 “여러분의 희생과 헌신만 요구하지 않겠다”며 “경찰인력 2만명 증원을 추진하고, 일한 만큼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게 하고, 순직, 공상자 예우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경찰관 근무여건 개선을 위해 소방관과 함께, 공무원직장협의회 설립 허용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경찰의날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배우 마동석, 이하늬씨에게 명예경찰 위촉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7.10.20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독일 에버트 재단에서 촛불집회에 참여한 대한민국 국민을 에버트 인권상 수상자로 선정한 데 대해 언급하며 “반년에 걸쳐 1700만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민행동에서 단 한 건의 폭력도, 단 한 명의 체포자도 발생하지 않았던 데는 성숙한 국민의식과 함께 평화적으로 집회를 관리한 경찰 여러분의 노력도 컸다”며 “촛불집회에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한 촛불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경찰)여러분과 함께 이 상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촛불시민들의 생각도 같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경찰은 위험에 처한 국민이 가장 먼저 만나는 국가의 얼굴”이라며 “여러분 한 명 한 명이 곧 국가다. 국민으로부터 사랑 받는 경찰이 되길 바란다”며 치사를 마쳤다. 이번 경찰의 날 기념식은 과거 통상적으로 세종문화회관 등에서 치러졌던 데 반해, 처음으로 광화문광장에서 치러졌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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