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개선, 수능 개혁, 군공항 이전, 청탁금지법…
청 관계자 “확대 적용할 필요는 있지만
제한적이고 선택적으로 적용해야”
훈령 넘어 법제화 지적도 나와
청 관계자 “확대 적용할 필요는 있지만
제한적이고 선택적으로 적용해야”
훈령 넘어 법제화 지적도 나와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발표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결과에 대한 대통령 입장’에서, 시민참여단의 학습·토론을 통한 권고안 도출을 “숙의민주주의의 모범”이라고 높이 평가하고 “시민참여단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론화 경험을 통해 사회적 갈등 현안들을 해결하는 다양한 사회적 대화와 대타협이 더욱 활발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실험한 ‘공론화’ 모델을 다른 국가적 갈등 사안에도 확대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게 된 데 대해 그 공약을 지지했던 국민들에게 “대승적 수용”을 부탁하면서 “민주주의는 토론할 권리를 가지고 결과에 승복할 때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공론화 과정을 통한 갈등 해결에 힘을 실어주는 의미도 담긴 셈이다. 문 대통령은 “갈수록 빈발하는 대형 갈등과제를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해결하는 지혜가 절실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공론화 방식 적용을 넓혀가되, 사안을 따져 제한적으로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이번 공론화 과정을 다른 사회적 갈등 현안에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라며 “정부가 결정해야 할 문제를 시민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지만, 그럼에도 공론화 필요성이 있다면 따져보고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모든 사회 갈등을 그렇게 풀 수는 없다. 제한적이고 선택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갈등 사안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논의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도 “앞으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백서를 만드는 등 후속 처리를 어떻게 할지 계획한다는 얘기 정도만 나왔다”며 “다만 결과를 떠나 과정이 잘 이뤄졌으니 다른 이슈에 대해서도 공론화 작업을 진행해볼 수는 있겠지만, 이는 청와대에서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향후 공론화 방식이 적용될 ‘후보군’을 가늠해볼 수는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정부에서 사실상 사라졌던 국무조정실의 갈등 조정 기능을 복구하며 최근 작성한 ‘2017년 갈등 과제 목록’을 통해서다. 여기엔 이번 공론화위의 주제였던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포함해, △비정규직 고용환경 개선 △한-일 ‘위안부’ 피해자 합의 대응 △수능·자사고 등 교육현안 △청탁금지법(김영란법) △4대강 보 추가 개방 △군 공항 이전 △주한미군기지 환경오염 문제 △복합쇼핑몰 영업제한 등 25개의 첨예한 갈등 사안들이 포함돼 있다.
공론화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프랑스의 경우 공공갈등 사전 예방기구로서 공공토론위원회를 두어, 어떤 사업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끝날 때까지 일반인들의 집단적 의사를 반영할 수 있도록 법이 규정하고 있다. 반면 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국무총리 훈령에 근거해 구성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론화위를 아직 한차례 마쳤을 뿐이어서 법제화 등이 논의된 바는 없다. 정례화나 법제화 이야기까지 나올 수 있을지는 일단 다음 주제가 무엇이 될지부터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정유경 노지원 기자 edge@hani.co.kr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시민대표참여단 종합토론회가 10월13일 저녁 충남 천안 교보생명 연수원 계성원에서 열려, 참가자들이 개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천안/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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