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초청 ‘노동계 만찬’에서 제공된 콩나물밥과 추어탕, 전어무침. 연합뉴스
청와대는 24일 문재인 대통령과 노동계 인사들과의 만찬을 앞두고 ‘화합’, ‘상생’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뒀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부터 “참석자들을 정상급 예우로 모시겠다”는 뜻을 밝히며 분위기를 돋웠다. 만찬에 앞서 마련된 사전환담은 정상급 국빈을 만날 때 쓰는 본관 접견실에서 이뤄졌다. 티타임 때는 평창겨울올림픽 때 세계 정상들에게 대접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한 홍차 ‘평창의 아침’이 봉황무늬 찻잔에 담겨 나왔다. 문 대통령조차도 “오늘 처음 맛봤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지도부가 이날 오전 불참 뜻을 표하면서, 문 대통령은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박대수 한국노총 부위원장 등 한국노총 지도부와만 환담을 진행했다. 노동계와 관계를 돈독히 하려는 뜻을 담아 선보인 만찬 메뉴도 무색해졌다. 굽는 향기가 고소해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가을 전어가 식탁에 올랐는데, 이날 아침 청와대 관계자는 “모두 대화의 장소에서 만나자는 소망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또 청계천에서 80년 전통을 자랑하는 ‘용금옥’의 추어탕, “전태일 열사가 즐겨 드시던 음식”이라는 설명과 함께 콩나물밥을 식탁에 올렸다. 문 대통령은 만찬장에서 “이 자리가 많이 기다려졌고, 설레기도 초조하기도 했다. 그런데 노동계가 다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이날 만찬 참석자들은 “화기애애하고 편안한 소통의 자리였다”고 전했다. 김영숙 국회환경미화노조 위원장은 “주로 자신들의 조직에서 겪는 현장 이야기를 전했다”며 “문 대통령이 말을 끊지 않고 귀를 기울이니 모두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대통령과 마주앉았는데도 떨리지 않고 편안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저녁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노동계 인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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