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13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바른정당 지도부 선출을 위해 열린 당원대표자대회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제3자 뇌물 제공 혐의로 검찰 소환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13일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논두렁 시계’ 사건과 같은 상황이 재현되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전 수석은 이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바른정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맥락을 살펴보면 (금품 수수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나올 것이다. 과거 일부 제 보좌진들의 일탈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고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분명하게 말씀드리지만 저와는 무관한 일이다. 그럼에도 지금 과거 논두렁 시계 상황이 재현되고 있는 것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제가 현재 위치(청와대 수석비서관)에 있기 때문에 많이 절제하고 있다”고 했다. 검찰이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을 흠집 내려고 수사 상황을 악의적으로 왜곡해 흘렸던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에게도 검찰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강하게 불쾌감을 표시한 것이다.
전 수석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이던 2015년 4월 방송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있던 롯데홈쇼핑 쪽에 선처를 약속하며 그 대가로 자신이 명예회장으로 있던 이(e)스포츠협회에 후원금을 내도록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 수석은 ‘검찰이 소환하면 응할 것인가’라는 물음에는 “그건 쓸데없는 질문”이라며 “현재까지 저와 관련한 어떤 혐의도 찾지 못했다는 것이 검찰의 공식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전 수석이 스스로 거취를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에 나와 “검찰 수사를 받는다면 물러가는 것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다. 정무수석 완장을 차고 수사를 받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전 수석이 굉장히 억울하더라도 대통령을 모시는 정무수석으로서는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도 ”당내에선 이미 다음 정무수석이 누가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전 수석이 자신을 ‘논두렁 시계’ 사건에 빗댄 것을 두고 “대통령 모시는 입장에서 그러면 안 된다”고 했다.
청와대는 전 수석에 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어떻게 되는지 본 뒤 전 수석이 처리할 문제”라고 말했다. 전 수석은 최근 각종 청와대 회의에는 정상적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말은 현저하게 줄었다고 한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회의에 참석한 전 수석의 말수가 크게 줄었다. 표정도 어두워졌다”라고 말했다.
성연철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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