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9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 오전 6시 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를 소집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새벽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청와대는 “오늘 새벽 3시17분 북한 미확인 발사체가 발사됐다. 2분 뒤인 3시19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대통령에게 1차 보고를 하고, 3시24분 다시 2차 보고를 했다”며 “이에 문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 소집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는 새벽 6시부터 한 시간 가량 열렸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우리의 진정성 있는 노력과 호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오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는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킬 뿐만 아니라 국제 평화와 안전을 중대하게 위협하는 행위”라며 “북한이 이렇게 무모한 도발을 일삼고 있는 데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 때까지 한·미 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추진해 갈 수 밖에 없다”며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기반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보호하고, 무력 도발 시 즉각 응징하여 위협을 제거할 수 있는 역량을 더 한층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문 대통령은 “이번 도발은 미리 예고되었고 사전에 우리 정부에 의해 파악됐다. 대비 태세도 준비해 두었다”며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처하되 긴장이 격화되어 불행한 사태가 발현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대륙간을 넘나드는 북한의 탄도 미사일이 완성된다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다, 북한이 상황을 오판하여 우리를 핵으로 위협하거나 미국이 선제타격을 염두에 두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어 윤 수석은 “문 대통령이 (지난 6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이끌어낸 탄도미사일 탄두중량 제한 철폐와 첨단군사자산의 획득과 개발 등의 합의에 기초해 우리 군의 미래역량 강화를 위한 조치를 가속화하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북한은 이날 새벽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으로 추정되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오늘 새벽 3시17분경 북한이 평안남도 평성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장거리 탄도미사일은 고도 약 4500km, 예상 비행거리는 약 960km이며, 세부 제원에 대해서는 한미가 정밀 분석 중에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9월15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일본 상공을 통과해 북태평양상으로 발사한 이후 75일 만이다. 북한이 평성 일대에서 미사일을 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 오전 6시 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를 소집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사일 비행거리는 고도의 2∼3배에 달하기 때문에 최대 1만㎞가 넘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일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고각으로 발사한 미사일 가운데 이번이 가장 높았고, 고도 4천㎞를 넘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9월 15일 발사한 ‘화성-12형'은 최대고도 770여㎞로 비행거리는 3700여㎞였다.
미국과 일본도 이날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ICBM급으로 평가했다. 로버트 매닝 미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미국은 북한이 ICBM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1발을 발사한 것을 탐지했다면서 “이 미사일은 북한 사인리에서 발사돼 1천㎞를 비행한 후 동해상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낙하했다”고 밝혔다. 일본 방위성도 북한 미사일을 ICBM급으로 분석했다.
지난 8월30일 <노동신문>이 보도한 북한의 8월29일 중장거리전략탄도미사일 화성-12형 발사 모습.
우리 군은 이와 관련, 북한의 미사일 발사 후 6분만에 도발에 대응한 정밀타격훈련을 했다. 합참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오늘 새벽 3시23분부터 3시44분까지 동해상으로 적 도발 원점까지의 거리를 고려해 지·해·공 동시 탄착개념을 적용한 미사일 합동 정밀타격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합동 정밀타격훈련에는 사거리 300㎞ 현무-2탄도미사일과 사거리 1천㎞의 함대지 미사일 해성-2, 사거리 57㎞의 공대지 미사일 스파이스-2000이 동원됐다. 합참은 “미사일을 1발씩 발사했으며, 적 도발 원점을 가정한 목표지점에 3발이 동시에 탄착됐다”고 설명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