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첫 대북 특별사절단이 서울공항에서 평양 순안공항으로 출발한 5일, 청와대의 겉모습은 평소와 다름없이 차분한 가운데서도 긴장감이 돌았다. 대북 특사단이 오후 4시께 숙소인 평양 고방산 초대소에서 리선권 조국통일평화위원회 위원장 등 북쪽 인사들과 협의를 통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접견 및 만찬 일정을 확정했다는 첫 보고를 받은 뒤에야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특사단은 숙소에 마련된 직통선을 통해 청와대에 첫 보고를 했고 이메일을 통해 관련 사진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특사단이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비핵화 의지’ 등 북-미 대화의 입구로 진입할 수 있을 만한 의미있는 답변을 받아야 할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는 만큼, 문 대통령과 청와대 관계자들은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특사단이 성남 서울공항을 이륙한 직후인 이날 오후 2시 수석·보좌관회의에 앞서 특사단에 관해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임종석 비서실장에게 “비행기는 이륙했느냐. 보고를 하지 않아 잘 모르겠다”며 웃었다. 이에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1시49분에 이륙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이후 공개된 모두발언에서 문 대통령은 특사단에 대한 언급 없이 노동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후속 대책에 집중해 발언했다. 과도한 기대감을 낮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계획대로 방북 첫날 특사단이 김 위원장을 만나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아울러 만찬까지 순조롭게 진행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했다. 김 위원장 접견과 만찬 일정은 미리 정해졌지만, 청와대는 틀어질 경우를 대비해 막판까지 보안을 유지했다. 한 고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 접견과 만찬 일정은 북쪽과 사전에 협의가 돼 있었다. 혹시 몰라서 특사단이 도착해 최종 확정을 짓기 전까지는 보안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며 “특사단의 출발이 순조로워서 다행이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풀지 않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평창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방남했던 북쪽 인사들을 통해 남북간 정상의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는 이미 확인됐다. 북-미 회담 기류와 성사 여건을 확인하고 그동안 원칙을 고수하며 대화를 꺼렸던 양쪽이 만나 대화를 시작한다면 최고의 성과를 거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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