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청와대입니다. 잘 들립니까? 정상간 직통전화 시험 연결을 위해 전화했습니다.”
“잘 들립니다. 반갑습니다.”
“서울은 날씨가 아주 좋습니다. 북쪽은 어떻습니까?”
“여기도 좋습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성과 있길 바라겠습니다.”
“그러면 이것으로 시험 통화를 끝냅시다.”
남북 정상을 잇는 직통전화(핫라인)가 정상회담을 일주일 앞 둔 20일 오후 3시41분 개통됐다. 남북 정상의 집무실을 바로 잇는 직통전화가 개설된 것은 분단 70년 만에 처음이다.
윤건영 남북정상회담준비위원회 종합상황실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역사적인 남북 정상 간 직통전화 연결이 완료돼 오늘 오후 3시41분부터 4분19초간 상호 통화가 이뤄졌다”며 “전화 연결이 매끄럽게 됐고 상태도 마치 옆집에서 전화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매우 좋았다”고 말했다. 시험 통화는 남쪽에서 먼저 북쪽으로 걸어 3분2초 동안 이어졌고, 이어 전화를 끊은 뒤 북쪽에서 다시 남쪽으로 걸어 1분17초 동안 이어졌다. 우리 쪽에서는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 비서관이, 북쪽에서는 국무위원회 소속 담당자가 전화기를 들었다.
이날 개통된 직통전화는 남북 정상의 집무 공간에 놓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남쪽에서는 청와대 여민관 3층 대통령 집무실 책상 위이며, 북쪽은 국무위원회로 마찬가지”라며 “양쪽 정상들이 언제든 전화를 하면 연결이 되는 상황이다. 우리는 대통령이 업무를 보는 곳이면 (어디든) 핫라인이 연결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남북 정상간 직통 전화라는 것은 분단 70년 만에 처음 있는 상황”이라며 “분단 70년 역사에서 매우 의미있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남북 정상 간 직통전화는 2000년 6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첫 남북정상회담 직후 개통됐지만, 당시엔 국가정보원과 노동당 통일전선부에 설치됐다. 직통전화는 이명박 정부들어 남북관계가 악화하면서 2008년 끊겼다. 남북 정상이 직접 받을 수 있는 직통전화 개설은 남북의 불필요한 군사적 충돌이나 긴장 고조 상황을 막는데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청와대가 바라는 판문점 수시 정상회담의 소통 창구가 될 수도 있다.
직통전화 연결은 지난달 5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대북특사단이 방북했을 때 북쪽과 합의한 사항이다. 당시 남북은 군사적 긴장완화와 긴밀한 협의를 위해 정상간 핫라인을 설치하기로 하고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첫 통화를 실시하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이의 통화 시점에 관해서는 “오늘은 일정이 논의되지 않았다. 양쪽이 협의를 해 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향후 남북정상회담 준비와 관련해 21일 판문점에서 경호·안전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이어 다음주 초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와 3차 실무회담을 같은 장소에서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 전 정의용 실장이나 서훈 국정원장의 방북 가능성에 관해 “여전히 열려있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한편, 청와대 쪽은 북쪽이 협의 과정에서 매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회담 준비 과정에서 북쪽에서 먼저 (정상회담을 하는 동안)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휴대전화 사용이 가능하도록하자고 제의해 와 의외였는데 이를 받아들였다”며 “이달 초 열린 남쪽 예술단의 방북 공연 과정에서도 북쪽이 먼저 휴대폰 10대를 제공해 이용했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