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청와대는 북-미 정상회담 장소가 싱가포르로 최종 확정된 뒤 “여러가지를 고려할 때 가장 현실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판문점이 선정되지 못한 데 대해선 아쉬움이 남은 분위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1일 기자들과 만나 “지난 4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만남을 통해 북-미 회담 시기와 장소를 통보받았지만 변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가 얘기한 근거는 두 가지다. 우선, 북쪽이 평양 개최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터라 북-미 협상 과정에서 판문점으로 타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고,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다음날인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75분간 통화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마지막 순간까지 판문점에 미련을 둔 것으로 보였다는 점이다. 실제 청와대 여러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회담) 시간과 장소를 갖고 있다”(4일)고 예고한 뒤 확정 발표(11일)까지 1주일이나 걸린 배경에는, 한반도 안의 장소를 반대하고 싱가포르를 강하게 주장한 참모들과의 갈등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문 대통령이 한·중·일 정상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지난 9일 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이때 판문점 제안을 들어주지 못해 미안해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판문점을 열성적으로 추천한 이유는 ‘경로 의존성’과 신속한 남·북·미 종전선언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난다면 그 결말이 희극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북-미 회담의 길잡이 성격이었던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이었으니, 북-미 회담도 남북 정상이 어렵게 닦아놓은 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북-미 정상회담에 청신호가 켜지면 굳이 다른 날짜를 잡을 필요 없이 남·북·미 정상이 만나는 그림까지 구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보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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